현금부족, 근로자 파업…계속되는 보잉사 위기

100억달러 차입계획 밝혀

세계최대의 항공기 제조업체이자 방위산업체로 알려져 있는 보잉(Boeing)사가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직원들까지 파업 중이다.

CNN 뉴욕이 지난 1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현금이 부족한 보잉은 파업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 손실과 수년간의 운영 및 안전문제로 인해 수백억 달러의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요 은행과 월스트리트에 의존하고 있다.

같은 날 보잉사는 은행 컨소시엄으로부터 100억 달러를 차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주식과 부채를 매각하여 25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도 별도로 세웠다.

보잉은 지난 6년 동안 330억 달러 이상의 영업손실이 발생되면서 회사의 부채가 급증했다. 국제기계공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achinists)회원 33,000명이 한 달간 파업을 벌이면서 생산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지난주 보잉과 IAM 간의 협상은 새로운 협상계획 없이 결렬됐다. 지난 11일 보잉의 켈리 오트버그(Kelly Ortberg) CEO는 전세계 직원(171,000명)중의10%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보잉의 신용등급은 ‘정크본드’ 상태 바로 위의 최저 투자 등급으로 떨어졌고 주요 신용 평가 기관들은 보잉이 정크등급으로 강등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차입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CNN는 전망했다. 보잉의 장기 부채는 2019년 3월 말 107억 달러에서 6월 말 530억 달러로 증가했는데, 이는 보잉의 주력 항공기인 737 맥스의 추락사고로 20개월간 해당 기종이 운항중단된 결과라고 CNN은 전했다.

지난 6년 동안 보잉은 여러 난관들에 봉착했다. 두 건의 737 맥스 추락사고로 346명이 사망했으며, 이 사고로 인해 보잉은 항공기 인증 과정에서 연방항공청을 속인 것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연방판사는 최대 4억 8,7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법원이 지정한 모니터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양형 합의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의 의뢰를 받은 변호사는 법정에서 벌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내부 고발자들은 보잉의 생산공정이 안전과 품질보다 이윤을 우선시하여 회사의 자체 규정을 위반했다고 의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알래스카 항공이 운항하던 737 맥스 기종의 도어 플러그가 날아가면서 이륙 직후 기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무원이나 승객 중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비행기가 도어 플러그를 제자리에 고정하는 데 필요한 볼트 4개가 없는 상태로 운항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연방정부차원의 조사가 진행됐다.

IAM의 파업뿐만이 아니다. 회사와 노조와의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회사와 노조 지도부는 계약기간 4년 동안 25%의 임금인상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거부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계약기간 동안 임금인상률을 30%로 올리겠다는 보잉의 제안도 노조들에 의해 거부됐다.

보잉과 유럽의 경쟁사인 에어버스(Airbus)는 전세계 항공업계가 필요로 하는 비행기를 만드는 유일한 회사다. 양강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보잉사의 생존은 보장된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두 회사 모두 향후 몇 년 동안의 주문량을 계속 보유하고 있으며, 에어버스는 보잉의 주문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논평했다. 항공사들이 보잉사의 비행기 주문을 취소하고 에어버스에 주문할 경우, 해당 항공기의 인도가 시작되기까지 길게는 5년을 기다려야 한다. 다른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 자체 항공기에 대한 승인을 받으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CNN은 전망했다.

비행기 판매로 인한 대부분의 수익은 인도시점에 수익을 얻는다. 따라서 파업으로 인한 737 맥스, 767 및 777 화물기의 생산중단은 단기적으로 보잉에 현금흐름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잉은 지난 11일 이미 오랫동안 지연된 차세대 와이드바디 여객기인 777X가 시험 비행중에 발견된 문제로 판매가 더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심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