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병한 가운데 용혈성요독증후군(HUS) 판정을 받은 피해 원아와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유치원 측이 의도적으로 이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자신을 안산 유치원 피해 원아의 큰아버지라고 밝힌 한 남성은 지난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안산 소재 유치원 햄버거병 발병사고 아이들을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식중독에 걸린 원아 중 14명은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병은 단기간에 신장을 망가뜨리는 희귀질환으로 익히지 않은 고기, 살균되지 않은 우유, 오염된 야채 등을 섭취해 발병할 수 있다. 유치원의 식재료에 문제가 있었다는 학부모들의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당 유치원 원아였던 이 남성의 조카 역시 ‘햄버거병’ 증상으로 입원해 신장투석을 받고 있다. 신장이 망가져 소변 배출이 안되는 것은 물론, 혈뇨와 혈변이 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남성은 “계속된 투석 조치로 아이는 고통에 너무나 괴로워하고 있다. 부모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몸에서 혈뇨와 혈변이 계속 나온다. 신장이 망가져 소변 배출이 되지 않는다. 작고 가여운 배에 구멍을 내고 지금도 투석 중”이라고 투병 상황을 전했다.
조카의 현재 상태가 담긴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부은 발목, 몸 속에 호스를 삽입해 신장투석을 받는 모습, 아이 몸에서 나온 혈뇨 등이 보인다.
그러면서 유치원을 향해 몇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일단 신속하게 이뤄진 식재료 폐기처분이다. 이로 인해 유치원 측은 ‘과태료 50만원’ 처분을 받았지만 그는 “사실상 증거인멸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또 “최초 역학조사 결과 단순 식중독이 아닌 장출혈성 대장균에 아이들이 노출됐고 일부 아이들은 ‘햄버거병’ 판정을 받은 상태”라며 “역학조사를 위해 반드시 일정기간 보관해야 하는 식재료를 왜 서둘러 폐기처분 했는지? 사고의 인과관계를 밝혀줄 핵심 자료가 없어졌다”라고 주장했다.
집단 발병 사태를 키운 유치원 측의 초기 대응 실패도 지적했다.
글에 따르면 이 원아의 학부모는 자녀가 이상 증세를 보이자 유치원에 즉시 통보하고 등원 중지와 학부모들 대상 공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유치원 측이 묵살하면서 가족 간 감염까지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 상태가 심각해 유치원에 즉시 알리고 등원 중지와 학부모들에게 적극적으로 내용 통보할 것을 요청했는데 왜 묵살하고 원아들을 며칠씩이나 계속 더 등원시켰냐”면서 “바로 진상조사 및 등원중지를 통보했다면 가족 간 전염을 막을 기회가 있었다. 현재 환자 중에는 이렇게 전염돼 입원한 아이들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까지 학부모들은 유치원 원장과 관계 당국으로부터 발병 원인과 후속조치에 대한 별다른 공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은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고 했던 원장은 왜 지금까지 그저 죄송하다는 전화, 문자 발송 이외에 사고의 원인 및 후속조치에 대한 연락이 없나. 원장과 관계 당국 모두 학부모들에게 왜 구체적 연락이 없나. 원장에게 보고 받을 것이 아니라 아이들 상태를 안산시청과 관계 당국이 직접 확인하라”고 적극적인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