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막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조선족이 입고 나온 한복이 논란이다. 개막식 행사의 한 장면으로 비친 지린성 바이산시에서 조선족이 한복을 입고 춤추고, 상모를 돌리는 장면도 마찬가지다.해당 장면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더니 한 교수가 “우려했던 부분이 또 터지고 말았다”며 “세계에 더 널리 진실을 알리자”고 기름을 부었다. 중국이 한국 고유의 문화를 자기들 것이라 우기면서 이른바 ‘문화공정’을 자행한다는 것이다.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들썩였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는 글을 게시했고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개막식에 직접 참석한 국회의장과 문체부 장관을 향해 “최소한의 국민 자존심, 배알을 놓을 정도로 신나게 넋 놓는 개막식이었나”고 쏘아붙였다.
이에 국회의장과 문체부 장관이 입장을 표명했고 청와대도 “한복이 우리 전통 문화인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하지만 중국에서 활동하는 교민 사회와 조선족 사회에서는 이번 논란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56개 민족으로 이루어진 중국에서 소수 민족 고유의 복장을 하고 개막식에 나간 게 무슨 문제냐는 것이다.한 교민은 한 토론방에 “조선족 여성분은 그럼 한복을 입지 말고 뭘 입어야 한다는 것일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조선족들이 모여 있는 토론방에도 “한국에서 불거진 한복 논란은 논란의 가치가 없는 어불성설이며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조선족으로 살아가는 우리 자신뿐”이라면서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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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인 박광성 운남민족대 교수는 인터넷 칼럼에서 한복 입은 소녀의 등장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는 “한중수교 30주년과 교역액 3천억 불을 무색하게 하는 유감스러운 처사”라며 “조선족을 놓고 보면 국가(중국)에서 행사하는 세계적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최국의 취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해석하여 부정적 여론몰이에 나선 것은 중국의 부상을 쉽게 못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의 왜곡되고 모순된 사회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며 “조선족은 민족 전통 복장인 한복을 입을 자유가 있고, 자기 나라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족 작가인 김훈 씨는 “한복이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면, 같은 민족인 조선족 여성이 한복을 입고 올림픽 성회에 나선 것은 트집 잡고 억지를 쓸 화젯거리가 아니다”며 “조선족이 한복을 입어서는 안된다면 소캐바지(솜바지)라도 입고 나와야 하는 것이냐”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소수 민족을 수십 년간 연구해 온 한 조선족 학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에서 보통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것은 무시해도 되지만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이나 매스컴이 여기에 편승하는 것은 문제”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선족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