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해 “조건이 완전히 준비된다면 우리(한미)는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2년 5월 다음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할 시간이 2년도 남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시기상조(premature)’라고 밝혀 문재인 정부 임기내 전환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적으로 지원한다’면서도 ‘시간 걸린다’는 전작권 전환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20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면서 “끊임없이 평가를 하고 있는데 아직 가야 할 길이 좀 남았고, 전환은 동맹으로서의 결정이라 전적으로 지원(full support)한다는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전환 시기를 추측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오늘 기준으로는 전작권 전환 날짜를 예측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해, 보다 시간이 더 필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미는 지난 2014년 46차 SCM을 통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COTP)이라는 계획에 합의했다. 이는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조건 1)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조건 2)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지역 안보환경(조건 3)으로 구성돼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지난달 7일 서욱 국방부 장관은 조건 3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주관적인 평가를 통해서 정치적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던 적이 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조건 3에 대한 질문에 “이는 결국 결국 한미 정보당국이 합동 평가로 언제 전작권 전환을 하기 좋은지를 결정하는 것이다”며 “이는 매우 자세하고 엄격하면서 명확하다. 한미는 어떻게 평가를 내릴지 의견이 일치하고, 이 최후의 결정은 다른 조건들이 다 만족됐을 때 내려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래서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평가를 내리기에 명확한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덧붙였다.
◇유엔사 ‘독립 전투사령부’화 추측에 대해선 “트로이 목마도 아니고 비밀 계획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 유엔군사령부가 전시 증원군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전투지원사령부’ 역할뿐만이 아니라, 필요시 별도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독립 전투사령부’ 역할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전작권이 한국에 넘어오면 현재는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군이고 부사령관이 한국군이지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에서는 사령관이 한국군, 부사령관이 미군이 된다. 현재는 한미연합사령관이 주한미군사령관을 겸하지만 미래연합사 체계에서는 아니기 때문에 미군이 권한을 놓아주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하려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최근에는 장광현 전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예비역 육군소장)가 저서 ‘다시 유엔사를 논하다’에서 “미국은 버웰 벨 전 사령관이 ‘유엔사가 전시 지휘조직을 필요로 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을 한 이후 현재까지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와 관련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한 바 있다.
장 전 수석대표는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 및 유엔 지원전력에 대한 작전지휘권 보유를 주장하는 배경 및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 문제에 대해 “미래에 유엔사를 전투사령부로 바꿀 그 어떤 비밀계획도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그는 “미래 유엔사의 역할은 정전협정 준수와 적대행위 방지, 위기 상황 발생시 동맹 작전 지원을 촉진하기 위한 사령부 조직화로 지금과 같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로이 목마도 아니고, 절대로 비밀 계획은 없다”며 이를 재차 부인했다.
북한 당 창건 75주년에 덩치 커진 신형 ICBM 공개. (사진=연합뉴스)◇북한 열병식에 대해선 “미군에 걱정 끼칠 무기 없다”…미사일 도발은 “징후 없어”
한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달 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나온 신형 무기들에 대해서는 “규모가 대단했고 잘 조직돼 있었다”면서도 “미군에 걱정을 끼칠 만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열병식에 나온 미사일들은 2019년에 테스트한 것들이고, 일부는 가동 중(operational)인 것 같지 않았다”며 “사거리가 늘어났고 정확도도 높아졌고 고체 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군사 협의체에서는 좀 논의가 있었던 부분인데 미군에 걱정을 끼칠만한 건 없었던 것 같다. 성능 면에선 좀 의심이 가기 때문이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이런 신형 무기들 가운데 껍데기 등만 씌운 가짜를 투입했을 수 있다는 문제 때문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몇몇 새로 발견된 차량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직접 들여다볼 수 없으니 진짜인지 겉모습만 바꾼 건지(VISMOD: visual modification)인지 모르겠다”며 “새로운 전차가 나왔다고 하던데, 진짜 새 전차인지 헌 전차를 새것처럼 보이게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정권 교체를 전후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을 해 왔다는 점에 대한 질문에는 “시험이 임박했다는 어떤 신호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며 “일단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봐야 하고, 정보를 더 수집해봐야 하지만 임박한 징후는 없다”고 답했다.
이번 열병식에서 등장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조만간 강행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