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고 날씨가 개기 시작할 때면 제주 하늘에는 종종 UFO(미확인비행물체)를 연상케 하는 렌즈구름(렌즈운)이 생겨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실제 지난 6일 습하고 따뜻한 강한 남서풍이 불고, 장맛비가 내리다 그치자 한라산 중턱쯤에 렌즈구름이 발생했다.
볼록렌즈를 하나 혹은 여러 개 합쳐 놓은 모양의 구름을 기상청에서는 ‘렌즈운’이라 부른다.
렌즈구름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연이 만들어낸 조화에 감탄하며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들어 사진으로 남기려고 한다.
이 렌즈구름은 다른 지역보다 제주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우선 남한 최고봉인 해발 1천950m 높이 ‘한라산’이 주요 요인이다.
북태평양고기압에서부터 발생한 높은 습도를 머금은 강한 남서풍이 한라산 허리를 돌아 넘어오면서 한라산 바로 북동쪽에 소용돌이가 형성되고, 이곳에 국지적인 저기압이 발생해 구름이 형성된다.
여기까지는 땅의 조건이다. 여기에 하늘의 조건이 가미되면 구름이 렌즈처럼 형성된다.
하늘의 조건은 하층보다 상층의 기온의 높은 대기 역전층을 말한다. 이 같은 역전층에서는 평상시처럼 구름이 수직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옆으로 퍼지게 된다.
정리하면, 대기 역전 현상으로 위로 올라가지 못한 구름과 강한 남서풍이 한라산을 휘감아 돌면서 발생한 소용돌이가 합쳐져 렌즈 모양의 아름다운 형상을 띠게 되는 것이다.
가끔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상공에서 보이는 렌즈구름도 이와 같은 원리로 생성된다.
렌즈구름은 강한 기류 운동에도 모양이 움직이지 않는다. 또 몇 겹이 아래위로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장시간 계속되지는 않아 더욱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다만, 항공기 조종사는 렌즈구름을 썩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렌즈구름을 만들어내는 조건인 대기 역전층 부근에서는 강풍이 산을 타고 넘을 때 발생하는 산악파가 동반되고, 산악파는 또 강한 난류를 발생하게 해 항공기 운항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1966년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홍콩 카이탁 공항으로 가던 영국 BOAC 항공 911편이 후지산 인근에서 갑자기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124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사고 시간 30분 전 기상위성 사진에서 렌즈구름이 관측, 이를 근거로 항공기가 산악파에 의한 강한 난류로 공중분해 됐다는 사고 원인이 도출된 바 있다.
제주지방기상청 김길엽 기상사무관은 “한라산이 없다면 제주에서 렌즈구름과 같은 명작은 나올 수가 없다”며 “꼭 한 번 렌즈구름을 목격해 바람과 산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형상을 즐겨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