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인 최초로 미 백악관에 우뚝 선 정의선 회장

사진-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존슨 하원의장, 랜드리 주지사와 함께한 자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USA TODAY

210억 달러 대미 투자 계획발표

트럼프, “관세 안내도 돼…인허가 문제 생기면 나를 만나라”

삼성, LG 등 한국기업들도 생산기지 이전 고려(멕시코→미국)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국 워싱턴DC 시간 지난 24일 오후 2시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한자리에 섰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건립에 58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2028년까지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한화 가치 약 30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에서의 대미 투자 발표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웨이저자 대만 TSMC 회장 등 소수의 주요 글로벌 기업 수장들만이 이같은 기회를 가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백악관에서 이같은 투자 유치를 발표하는 것은 한국 기업인으로서는 정 회장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성 김 사장(전 주한 미국대사),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자동차가 미국 제조업에 58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현대자동차는 루이지애나에 제철소를 건설할 예정이며, 이 공장에서 연간 270만 톤 이상의 철강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이어 “이러한 투자로 1,5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그리고 그 이후에는 대대적인 확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번 투자를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언급했다. 그는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 것이므로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미국 산업 미래의 강력한 파트너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장을 방문해 국가와 근로자에 대한 현대의 헌신을 직접 확인해달라며 대통령을 초청했다. 정 회장은 이어 “현대자동차의 200억 달러 대미 투자 규모는 1986년 미국에 진출한 이래 지금까지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인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자신과 주 의원들이 지금과 같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1년 동안 세금, 교육, 공공 안전을 정비해 왔다고 말했다. 랜드리 주지사는 “수십 년 동안 미국인들은 일자리가 국내가 아닌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해 왔다”며, “이것은 모든 미국인에게 대통령과 주지사들이 미국 노동자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리에 참석한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에게 “공장 허가를 받는 데 문제가 있으면 나를 만나라”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수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루이지애나의 액화천연가스 공장 두 곳에 대한 허가를 일주일 만에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보도자료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에는 전기로 제철소가 건설될 예정이다. 현대차 측은 해당 제철소가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고품질의 자동차 강판 공급 현지화를 통해 관세 등 불확실한 대외 리스크에 대응력을 높인다고 밝혔다. 또한 견고한 철강 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철강 분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제조업 재건 등 미국 행정부의 정책에 대응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해 미국에서 톱티어 기업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투자로 한국과 미국의 경제 활성화가 촉진되고, 양국간의 경제협력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국 대기업들의 대미투자러시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삼성은 건조기 생산을 멕시코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고, LG는 냉장고 생산을 멕시코에서 테네시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