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P에 제대로된 망 사용료 부과’ 정부 노력에 힘 빼”
페이스북이 국내 접속 속도를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정부가 물린 과징금 처분에 반발해 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향후 판결이 뒤집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글로벌 콘텐츠 공급자(CP)와 망 사용료 협상을 벌여야하는 통신사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22일 페이스북이 “시정명령 등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불편을 알면서 서버 접속경로를 일부러 변경해 접속 속도를 떨어뜨렸다고 보기 어렵다”며 “2018년 3월21일 페이스북에 대한 방통위 처분(과징금 부과 및 시정조치 명령)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판결 직후 방통위는 “이용자들에 대한 차별이 분명히 있었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저희가 많이 검증했다고 생각해서 당연히 승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통위는 이어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규제는 동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날 판결이 방통위가 올해 안으로 발표하겠다고 한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통신사들은 이날 판결은 향후 통신사들이 글로벌 CP와 망 사용료 협상 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페이스북이 고의로 접속 속도를 떨어뜨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만큼 통신사와 글로벌 CP간 망 사용료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판결이 글로벌 CP들에게 제대로 된 망 사용료를 부과하려는 정책적인 동력에 힘을 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도 “이번 판결이 망 사용료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협상력에 힘이 빠지게 한 것은 사실”이라며 “글로벌 CP들이 국내 CP들처럼 사용량에 상응하는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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