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신도시 발표 전 해당 부지를 무더기로 사들여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대규모 조사에 나섰다.
‘사전청약’까지 내세운 신규 택지 주택 공급이 속도와 신뢰를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서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정치권도 뿔났다…3기신도시 전체로, 국토부 직원‧가족까지 조사 확대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광명시흥을 포함한 3기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LH와 관계 공공기관 관련 부서의 직원과 가족에 대한 토지거래현황 등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주까지는 기초조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정부의 대규모 신규 택지 발표가 있기 전, 수도권 LH 일부 직원과 이들의 가족 등이 해당 토지를 사 투기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대처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민변·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을 받는 LH공사 직원의 명단과 토지 위치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앞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들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 사이 광명시흥 부지 중 10필지 2만 3028㎡(약 7천 평)를 100억 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 청와대의 ‘특별지시’와 더불어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서도 비판과 대책 요구가 쏟아진 상황이다.
국토부는 신규 택지 개발과 관련된 국토부·공사·지방공기업 직원은 원칙적으로 거주 목적 없는 토지 거래를 금지하고, 불가피할 경우 사전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 우선 “자체 조사 결과 LH 직원 13명이 광명시흥신도시 내 12개 필지를 취득한 사실을 확인해 이들을 직위해제 조치했다”며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수사의뢰나 고소‧고발 등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나무 심긴 토지’와 무너지는 신뢰
지난 3일 오후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밭에 묘목들이 심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필지를 매입한 해당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광명시흥부지와 직접 관련된 건 아니지만, 신규 택지 보상 관련 업무도 담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이들은 2015년 이후 신규 후보지 관련 부서나 광명시흥 사업본부에서 근무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토지보상을 비롯한 신도시 관련 업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이들부터 의혹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공공 신뢰도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LH 직원이 나서서 땅을 사두고, (보상을 노리고) 나무를 심고, 지분 쪼개기까지 하는 행태가 한둘이겠냐”며 “토지 투기 방법을 한 수 배우게 생겼다”는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사전청약으로 속도전 앞세운 공급, 차질 빚나
연합뉴스정부는 당장 오는 7월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9월 남양주 왕숙2지구 등 사전청약 일정을 정하면서 ‘속도전’을 내세운 상태다.
최근 발표된 광명시흥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3기신도시 5곳 가운데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인천 계양지구에서는 이미 토지보상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부천 대장과 고양 창릉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토지보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섞여 안 그래도 진통이 컸던 3기신도시 토지 수용 절차에 이번 사태로 ‘공공 불신’까지 더해지면서 낙관은 쉽지 않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정부 의지에 따라서 사업은 제동 없이 진행될 수 있겠지만, 국민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 탓에 토지 보상 단계에서 계속돼온 주민 반발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이 ‘제보를 토대로 일부 필지만을 조사한 결과’라고 밝힌 만큼, 실제 조사가 확대되면서 문제 행위가 추가로 확인될 개연성까지 높은 상황이다.
다만 LH 관계자는 “보상 업무는 정상 진행 중이며, 공급 일정도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