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실행에 옮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 관련 백악관 브리핑에서 WHO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조사란 WHO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 실패와 은폐에 대한 미국정부 차원의 조사를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WHO가 중국으로부터 나오는 보고들에 대해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코로나19가 보다 더 억제되고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WHO가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허위 정보를 조장함으로써 보다 광범위한 확산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해 WHO에 계속 관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WHO가 중국 중심적이며 자신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며 자금 지원 보류를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다음날인 8일 “바이러스를 정치 쟁점화하지 말라”며 “만일 당신이 더 많은 시체를 담는 포대(body bag)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13일에는 “미국은 WHO의 가장 큰 기여국”이라며 “미국의 자금 지원이 계속되길 바란다”며 꼬리를 내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하룻만에 보란듯이 자금 지원 중단의 쐐기를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WHO 자금 지원 중단 결정을 속전속결한 배경에는 WHO 사무총장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도 일정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재 미국의 한 청원사이트에는 WHO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에 95만 명 가까이 동의한 상태다.
이와함께 미국의 코로나 사태가 악화된 데 대한 비난이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게 쏠리자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민주당 상원외교위원회 크리스 머피(코네티컷주) 의원은 이날 WHO와 중국이 ‘실수’를 했지만 트럼프 역시 자신에 대한 비난을 회피하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백악관과 안팎에서는 코로나 초기 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에 대한 희생양을 찾기 위한 매우 협조적인 노력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