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안먼시위 31주년을 기념하는 촛불집회가 경찰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4일 밤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홍콩 시내 곳곳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텐안먼 희생자 추모와 함께 ‘보안법 반대’, ‘홍콩 독립’ 등의 구호를 외치는 등 중국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빅토리아공원에는 촛불집회 시작 한 시간 전인 저녁 7시쯤부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홍콩경찰은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이날 촛불 추모행사를 금지하고 8명 이상이 모이거나 8명 이하라 하더라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목적으로 모이면 위법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시민들의 집결을 막거나 강제로 해산하는 등의 무리수는 두지 않았다.
밤 8시가 넘어가자 공원에 모인 인파는 수천 명으로 불어나면서 1m이상 거리를 두는 것도 힘들어졌다. 추모행사는 1989년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오후 8시 9분에 시작되었다.
비슷한 시각 온란인 추모행사도 시작되었다. ‘천안문희생자 어머니회’ 소속인 유웨이제씨는 온라인 메시지에서 “남편과 평범한 시민들이 인민해방군에 의해 사망했다”며 “시간이 지나도 진실규명에 대한 요구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사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빅토리아공원 추모행사를 주도한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리척얀 주석은 중국 공산당이 코로나19 전염병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전 세계로 퍼졌다며 시진핑 주석 등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어 독재는 바이러스와 같아서 전 세계의 자유인들이 저항해야 한다면서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우자”, “보안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리척얀 주석은 중국이 만든 홍콩보안법이 홍콩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적용돼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추모행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유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빅토리아공원의 집회는 한 시간여 만에 평화롭게 끝났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계속 남아 보안법 반대, 홍콩독립 등의 구호를 외쳤다. 몽콕과 코즈웨이베이 등에서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홍콩독립 구호가 등장했다.
홍콩 경찰은 3천여명과 물대포 등을 홍콩연락사무소 등 주요 지점에 배치하고 시위 열기가 고조될 때마다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추모시위에 앞서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이 찬성 41표, 반대 1표로 홍콤입법회에서 통과되었다. 범민주 지영 의원들은 국가법 제정에 항의해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표결에 앞서 법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될 때 야당 의원 2명이 플라스틱 통에 든 오물을 투척한 뒤 경비원에 의해 끌려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31년전 사람들을 죽인 공산당을 절대 용서하지 말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한 부끄러운 정권은 영원히 악취가 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