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년 전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다 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태닉호의 잔해가 놀랄 만큼 급속히 부식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타이태닉호가 가라앉아 있는 북대서양의 심해에 직접 들어가 잔해를 살핀 다국적 탐사팀은 선체에서 빠른 속도의 부식이 진행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들은 이달 초 길이 4.6m, 높이 3.7m 크기의 잠수정을 타고 3천800m 아래 해저로 5차례 내려가 타이태닉호의 상태를 살피고, 선체의 모습을 사상 처음으로 4K 고해상 영상에 담았다.
탐사팀이 직접 바다 밑으로 내려가 타이태닉호의 잔해에 접근한 것은 2005년 이래 14년 만이다.
탐사팀이 확인한 바로는 특히 선원용 선실이 위치한 우현 쪽의 부식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탐사에 참여한 역사학자 파크스 스티븐슨은 선장용 객실의 일부는 완전히 부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타이태닉호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상인 선장의 욕조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며 “그쪽의 갑판 전체가 붕괴하면서 호화로운 개인용 선실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탐사팀이 찍은 영상으로도 선체의 심각한 부식 정도가 드러난다. 뱃머리는 박테리아가 금속을 섭취하면서 형성된 고드름 모양의 녹으로 온통 뒤덮여 있다.
탐사에 참여한 과학자 로리 존슨은 “잔해의 상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악화할 것”이라며 “이는 자연적인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급격한 부식 현상에는 금속을 분해하는 박테리아, 바닷물의 염분, 심해 조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섭씨 1도에 불과한 차가운 수온에 압력도 어마어마한 깊이 3천800m에 달하는 심해는 웬만한 생명체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철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타이태닉호의 잔해에서 집단으로 서식하면서 5천t에 이르는 선체를 왕성하게 먹어 치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테리아에 의해 녹슨 타이태닉호의 선체는 궁극적으로는 고운 가루로 변해 해류에 떠내려가 2030년에는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사가인 스티븐슨은 부식 속도가 이처럼 빠른 것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타이태닉호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잠수에서 연구진은 특별 개조된 카메라와 가상현실(VR) 기술 등을 이용해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3차원 형상으로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탐사 과정은 또 영상제작 회사 애틀랜틱 프로덕션에 의해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곧 공개될 예정이다.
건조 당시 최고의 호화 여객선이었던 타이태닉호는 1912년 첫 항해에 나섰다가 빙하에 부딪혀 침몰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다.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의 지휘로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돛을 올려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이 배가 침몰하면서 승객 2천224명 중 1천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해안에서 남쪽으로 약 600㎞ 떨어진 해저에 위치한 이 배의 잔해는 당초 한 덩어리일 것으로 추정됐으나, 탐사 결과 두 부분으로 쪼개져 600m의 간격을 두고 해저에 떨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이태닉호의 잔해는 2012년 유네스코 수중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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