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화폐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과열양상이 빚어지자 그동안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정부가 대대적인 특별단속에 들어가기로 했다.
향후 다양한 규제책도 뒤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넘치는 유동성이 가상화폐 시장 과열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에서 규제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자금세탁·사기 등 불법행위 특별단속
19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사기 등 불법행위에 대해 이달부터 오는 6월까지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우선, 금융위원회의 지시로 가상자산 출금 때 금융회사가 1차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회사들은 모니터링을 통해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발견했을 경우 발견 시점으로부터 영업일 기준 3일 안에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위는 FIU가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가상자산 관련 불법 의심거래를 보고받으면 신속히 분석해 수사기관과 세무당국에 통보하도록 했다.
경찰은 가상자산 불법행위 유형별로 전담부서를 세분화하고, 가상자산 추적 프로그램 보급을 늘리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직권조사해 불공정 약관을 찾아 시정할 계획이다.
관계 기관이 총동원돼 최초 거래부터 시작해 사법처리까지 원스톱 체제를 가동해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구윤철 국정조정실장은 “가상자산의 가치는 누구도 담보할 수 없고,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이므로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 유사 수신, 사기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5일 가상화폐와 관련해 “내재 가치가 없고, 지급 수단으로 쓰이는 데 제약이 크다는 건은 팩트(사실)”라며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17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있다. 이한형 기자◇ 터키·인도 등 각국 속속 규제책 마련
구 실장과 이 총재를 비롯해 그동안 나온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시종일관 가상화폐의 투기성과 이로 인한 리스크를 우려하는 동시에 규제 필요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런데 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중에 엄청난 유동성이 풀린 결과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고 이 때문에 각국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터키는 중앙은행이 나서 가상화폐를 상품·서비스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투기성 우려는 물론이고 가상화폐가 자국내 인플레이션과 리라화 약세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사용되자 제도권 금융에서 가상화폐 활용을 금지시켜 버린 것.
또, 인도 정부는 아예 가상화폐를 소유만 해도 벌금을 매기는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최대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준 뒤 이후에도 소유한 가상화폐를 처분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아직 가상화폐 관련 규제 움직임은 없지만 경제수장들이 잇따라 경고 메시지를 날리면서 시장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가상화폐는 주로 불법 금융에 사용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제롬 파월 연준(FRB) 의장도 “가상화폐는 금에 가까운 투기 수단”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실제로 지난 주말 사이 미국 재무부가 가상화폐를 활용한 돈세탁을 조사할 계획이라는 루머가 돌았고 그 여파로 최근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20%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돈세탁 조사가 루머로 그칠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 언젠가는 미국 정부 역시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작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유동성 마구 푼 각국 정부가 과열 원인제공자”
다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을 찍어누르기 원하지만, 가상화폐의 성장이 코로나19로 최고조에 달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앞뒤 가리지 않고 돈을 푼 결과라는 점에서 규제 자체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된 건 사실이지만 부동산 폭등도 마찬가지고 결국 따지고 보면 원인제공자는 경기회복을 앞세운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라며 “규제를 통해 시장이 일정부분 진정될 수도 있겠지만 넘치는 유동성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 둔채 억누르기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