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며 전 세계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효과적인 치료제는 인류와 코로나19의 싸움을 종식할 무기가 될 수 있지만, 개발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와 증식하는 과정인 ‘생활사’를 이해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사람과 세균 등 생물처럼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어 증식할 수 있지만, 이 과정을 혼자 수행하지 못한다. 다른 생물체의 세포 속에서 이 생물의 효소 등을 이용해야만 증식에 필요한 유전물질과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다.
바이러스 증식은 우선 숙주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침투’ 과정부터 시작된다. 그 뒤는 세포 속에서 바이러스를 이루는 물질이 생기고, 바이러스 입자가 만들어지는 ‘증식’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입자가 숙주 세포 밖으로 나오는 ‘배출’ 과정이 있다. 이 세 가지 과정 중 어느 하나라도 방해하는 물질이라면 치료제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이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침투하기 위해 표면에 있는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숙주 세포의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 수용체에 결합시킨다. 바이러스의 돌기가 ‘열쇠’라면, 숙주세포의 수용체는 ‘자물쇠’인 셈이다. 결합 뒤에는 바이러스 막과 숙주 세포막이 융합되며 바이러스 입자 속 유전물질과 단백질이 숙주세포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숙주 세포의 세포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물질인 한 가닥의 RNA(리보핵산)을 복제한다. 또 이 유전물질에 새겨진 ‘설계도’를 따라 돌기 단백질과 막단백질 등을 만들어낸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과 단백질은 이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재료’다. 이들은 숙주 세포 속에서 일종의 ‘주머니’에 보관되고, 이후 한 주머니 속에 모이게 된다. 재료가 조립되면서 바이러스 입자가 만들어지고, 바이러스 입자는 세포 밖으로 나온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의 세포질 안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RNA를 이용해서 다시 RNA와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증식이 쉽고 빠른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생활사를 역이용하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우선 침투를 막는 방식으로는 일반적으로 ‘항체’를 이용하는 치료법이 있다. 항체는 감염증을 극복한 환자의 혈액 속에 생긴다. 회복기 환자의 혈액 중 액체 성분인 혈장을 다른 환자에게 옮겨주는 ‘혈장치료’도 항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7일 세브란스병원 연구진이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장치료를 진행했고, 그 결과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에 현재 혈장치료가 코로나19의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바이러스가 세포 속에 이미 들어왔다면 유전물질의 복제를 막는 방식으로 바이러스 증식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약물재창출 연구가 진행 중인 ‘렘데시비르’가 이런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 위원장은 “RNA를 전사하는 효소(RNA-dependent RNA polymerase·RdRp)를 억제하면 RNA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렘데시비르가 바로 이 효소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렘데시비르의 경우에도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는 초기 임상에서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환자의 회복 기간이 31%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렘데시비르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바이러스 입자의 방출을 막는 경우에도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바이러스 배출을 막는 기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