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증시는 그와 반대로 활황이다. 2년 10개월 만에 2600대를 돌파한 23일에 이어 24일에도 코스피는 2620대까지 성큼 다가섰다.
24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최고치, 종가 최고치 모두 갈아치웠다. 지수는 전장보다 13.69포인트(0.53%) 오른 2616.28에 출발해 장중 한때 2628.52까지 올라가 2018년 1월 29일 장중 사상 최고치인 2607.10을 갈아치웠다. 거래는 장중 사상 최고치보다는 소폭 하락해 2617.76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세운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2602.59도 하루만에 가뿐하게 넘어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됨에도 주가가 고공행진을 보이는 이유는 수급적으로 외국인이 연일 주식을 사들인 탓이 크다. 24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7263억원을 순매수했다. 14거래일 연속이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6938억원, 230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반도체와 2차전지 업종 중심으로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끈 셈이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왜이렇게 한국 주식들을 쓸어담았을까? 외국인 투자자가 집중적으로 사들인 시점을 보면 백신 뉴스가 보도된 11월 이후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BUY KOREA’를 외친 배경에는 ①백신 개발 뉴스와 ②미국 대선 결정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백신 뉴스가 나올 때마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컸다”면서 “백신 개발 여부를 이른바 시스템 리스크 완화로 해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위험이 완화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이 개발되면 시장의 위험이 완화될 것이기 때문에 위험 자산의 투자 비중을 늘리는 의사 결정을 하는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도 “3월부터 주가가 올랐지만 11월 들어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색이 바뀌었다. 바로 외국인이 끌어올렸다는 점이 다르다”면서 “세계적으로 볼 때 백신 개발 이후 실물경제가 좋아질 경우 탄성을 가질 수 있는 곳이 한국과 대만 등 수출중심 국가들이다. 외국인의 투자는 이같은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도 투자 심리를 긍정적이게 하는 한 요인이다. 미국 연방총무청(GSA)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은 부양책 확대를 주장해온 재닌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차기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에 낙점했다.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 지속적인 부양책 까지 더해지면서 지수 상승을 뒷받침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연방총무청에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이양 협조를 지시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옐런 전 의장은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부양책 확대를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봤다.
(그래픽=고경민 기자)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올해 큰 폭으로 오른만큼 내년에 큰 폭의 상승세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다. 내년 최고 283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본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각국 정부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 및 통화정책을 추진하면서 투자심리를 뒷받침할 수 있다”며 “반도체가 이익 증가를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산업군에서 이익 기여도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용택 센터장은 “올해 주식 시장이 올랐다고 해서 그 기대감으로 내년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올해 큰 폭으로 오른 것 자체가 내년에 올라갈 재료를 갉아먹은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올해 백신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다 선반영됐기 때문에 내년에 일부 조정장이 펼쳐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내년 상반기에 백신 개발이 완료되어도 코로나가 남아있고 방역이 계속된다면 오히려 혼란한 국면이 이어질 수 있고 그게 조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학균 센터장은 “3월 이후 조정 없이 주가가 80% 정도 올랐기 때문에 언제든지 조정은 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 센터장은 “외국인이 29조원을 팔았는데 우리나라 주식시장 개방 이후 강도로 보면 가장 세게 판 것”이라면서 “이제 7조원 정도 들어왔기 때문에 외국인이 주식을 사게 되면 일시적으로 훅 올라갈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