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24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수능이 열흘도 남지 않은 수험생들은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철저한 방역과 함께 수능을 치러야 하는 초유의 상황에서 수험생들은 컨디션 조절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칸막이가 둘러쳐진 책상에 앉아 마스크를 쓴 채로 시험을 봐야 하는 만큼 당일 현장 적응도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고양시 한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생인 김모(18)양은 코로나19 여파로 2주 전부터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재택 학습을 하고 있다. 김양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학교 수업 이외에 면접 준비나 이런 것들도 있었는데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특히 수능 당일 상황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김양은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야 하고, 가림막도 시험지 규격이랑 책상 크기를 봤을 때 불편할 것 같다”며 “중간에 점심을 먹을 때도 혹시나 코로나19가 전파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고교 3학년생인 김모(18)군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독서실 등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답답해했다. 그는 “학교를 못 가는데 독서실 가기도 꺼려진다”며 “집에서 공부할 때는 살짝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컨디션 조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박하경(18)양은 “집 밖으로 아예 나가지 않고 있다. 혹시라도 열이 나거나 감기에 걸릴까봐 걱정된다”며 “수능 이후에도 계속 실기나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선 감염이 확산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수능이 연기됐으면 좋겠다는 호소도 나왔다. 수험생 인터넷카페 ‘수만휘’ 회원인 한 수험생은 “수능 연기됐으면 좋겠다”며 “다른 데도 아니고 수능시험장에서 코로나 걸리면 저는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수험생은 집중을 하면 자연스럽게 열이 난다며 코로나19로 의심받을까봐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고3 현역인데 열이 5월말부터 지금까지 난다”며 “온갖 검사를 해도 정상이라고 한다. 억지로 공부를 꾸역꾸역하려 해도 집중만 하면 열이 더 오르고 숨이 막혀서 공부를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매일 ‘살얼음판’을 걷기는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고3 수험생 아들을 둔 어머니 이모(50·경기 부천)씨는 “수험생은 불안한 시기인데 코로나19까지 더해져서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며 “아들이 스터디 카페를 어제도 가려다가 결국 말았다”고 밝혔다.
이어 “주위 환경은 어렵지만 그동안 한 것이 있으니 평소대로, 마음의 부담 없이 실력 발휘를 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정부는 수능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다음 달 3일인 수능까지 ‘특별 방역 기간’을 설정해 학원, 스터디카페 등 수험생들이 자주 다니는 장소에 대한 방역 관리에 나선다. 또 학원, 교습소에 대면 교습 자제를 당부하고 수험생에게도 이용 자제를 권고했다.
교육부는 이번 수능에 일반 수험생은 물론 코로나19 유증상자, 자가격리자, 확진자에게도 최대한 응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생활치료센터와 병상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하루 전인 다음 달 2일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는 수험생이 발생하면 검사 결과를 당일에 받을 수 있도록 협조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수능 당일에는 출입 시부터 체온 측정을 실시한다. 수험생의 마스크 착용은 의무화되고, 책상 가림막도 설치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학 같은 경우는 가림막이 있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시험지가 큰) 국어나 영어의 경우 평소와 다르게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며 “마지막 학습을 할 때 시험지를 반쯤 접어서 연습을 해보는 한편, 마스크도 갑갑하더라도 미리 써보면서 차분하게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