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세계가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가 6일 공동으로 개최한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 전망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에서 정영식 KIEP 신남방경제실장은 올해 아세안 경제성장률을 다른 주요 경제권에 비해 나은 -2%대로 예상했다.
그는 아세안 국가들은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코로나19 확산 범위가 넓지 않았고 정책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며, 상대적으로 국내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낮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국가별 경제성장률은 태국(-6%)이 가장 낮고 말레이시아(-4%), 필리핀(-3%), 인도네시아(-1%) 순일 것으로 내다봤다. 베트남은 4%대의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정곤 KIEP 신남방경제실 인도·남아시아 팀장은 “인도는 지난 5월 초 단계적 봉쇄령 해제 이후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3.2%에서 -5.2%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일본 경제의 성장률은 -5%대로 예상됐다. 김규판 KIEP 선진경제실 일본·동아시아팀 선임연구위원은 “관광·숙박·음식·도소매 등 대면 서비스 산업이 둔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단절로 자동차·기계 등 전통적 제조업의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며 “내년 2분기가 되어야 경제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섭 KIEP 중국경제실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비교적 신속하게 코로나19를 수습했지만 미·중 갈등 등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앙가나 바네르지 국제통화기금(IMF)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경기 회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경기 회복은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지역 경제성장률은 올해 처음으로 -1.6%를 기록했다”며 “올해 아시아 총생산은 코로나19 위기 발생 전 IMF 예상치보다 5%p 낮은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하반기 경기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여준 KIEP 선진경제실 미주팀장은 “올해 2분기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개선되면서 ‘V’자형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하반기 경기 반등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유로 지역의 거의 모든 국가가 봉쇄 조치를 취하며 다른 경제권보다 악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됐다.
조동희 KIEP 선진경제실 유럽팀장은 “코로나19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재정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부 남부 유럽 국가에서 재정·금융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앙가나 바네르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는 이유로 예상보다 길어진 봉쇄조치, 수출 수요 감소, 코로나19 이후 불평등 심화 등을 꼽았다.
실제로 IMF는 6월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4월보다 1.9%p 낮은 -4.9%로 예측했다. 그는 “정책당국들은 국가채무 관리, 금융시스템 안정화, 사회안전망 강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인류를 위협해 온 수많은 바이러스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바이러스 대응은 인류 공통의 전략적 신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