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메신저’로 암호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해 카카오톡 친구들과 간편하게 현금을 주고받는 것처럼 디지털 자산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든 암호화폐 지갑이 출시된 것이다.
출시 당일 10만 가입자를 유치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카카오 암호화폐 지갑이 ‘암호화폐 대중화 시대’를 열지 관심이 쏠린다.
◇ 카카오페이처럼 카톡으로 주고받는 암호화폐…”출시 첫날 10만 가입자, 놀랍고 감사”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는 3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지갑 서비스 ‘클립(Klip)’을 출시했다. 디지털 자산은 온라인 환경에서 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데이터와 암호화폐와 게임아이템, 가상포인트 등이 대표적이다.
클립은 사용자들이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모바일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성에 신경을 썼다. 카카오 계정을 그대로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절차도 필요 없다. 카카오톡 이용자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안전하게 디지털 자산을 주고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해 카카오톡 친구들과 간편하게 현금을 주고받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또 모바일 게임을 통해 모은 아이템을 블록체인으로 토큰화 하는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누릴 수도 있게 됐다.
이런 편의성 때문인지 클립은 출시 당일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에 그라운드X 한재선 대표는 “한 달을 기약하고 10만 가입자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하루도 안 돼서 종료됐다”며 “너무 큰 관심과 성원에 놀라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클립은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기반 서비스 총 13개가 연결됐다. 그라운드X는 클립에 담을 수 있는 디지털 자산 개수와 종류를 지속해서 늘리는 등 업데이트를 이어갈 방침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각각의 비앱들이 클립을 직접 연동해 자체 가상자산 지갑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 “‘별도 가입‧로그인 없이 카톡으로 사용’ 클립, 가상자산 대중화에 기여할 것”
지금까지 런칭 됐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들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사용성 문제였는데 클립은 이런 문제를 대폭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암호화폐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입절차부터 사용과정까지 굉장히 복잡해서 블록체인이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도 사용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이 대중화되려면 사용자들이 ‘암호화폐를 사용한다’, ‘블록체인을 사용한다’고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유저 인터페이스가 개선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클립이 기존 암호화폐 서비스와 비교해 사용성을 대폭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현재도 암호화폐 거래소가 있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범죄수익 은닉 등에 사용된다는 거부감도 있었는데 (클립은) 국민메신저(카카오톡)를 이용해 카카오페이를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 없이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며 “대중에게 익숙한 인터페이스로 다가가 암호화폐 접근 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부문 구태언 부문장(변호사)도 “(기존 서비스와 비교해) 클립은 쉽게 설치해서 암호화폐 지갑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의 대중화에 매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클립에 담기는 디지털 자산 사용처 확대는 과제”…”클립, 활성화되면 카카오 또 다른 금융투자업 모델 만들 것”
클립이 지원하는 디지털 자산의 확대와 클립에 담긴 디지털 자산의 사용처 확대는 과제로 곱힌다.
김승주 교수는 “아무리 포인트를 많이 준다고 해도 사용할 곳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며 “클립에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담고, 이런 디지털 자산을 다양한 곳에서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클립을 계기로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클립 출시 당일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그라운드X가 클립 출시를 기념해 가입자들에게 지급한 암호화폐 ‘클레이'(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서 서비스하는 암호화폐)사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재는 암호화폐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사용처가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현금 등으로 바꾸려면 암호화폐 거래소를 거쳐야 한다. 이를 노려 “거래소 가입하기 번거롭고 수수료 및 입출금 지연 귀찮으신 분들, 클레이를 팔아 달라”는 거래글을 올린 것이다.
다만 클립이 카카오페이처럼 활성화될 경우 가상자산을 바탕으로 한 자산운용업이라는 또 다른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태언 부문장은 “카카오에 유망한 암호화폐가 탑재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한다면 카카오가 이용자가 지갑에 보관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동시에 운영하며 (가상자산을 활용한) 금융투자업 모델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 부문장은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