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일부 일본인 누리꾼들 사이에서 ‘혐한 유언비어’가 또 확산되고 있다.
15일 일본 언론 마이니치신문은 “13일에 발생한 후쿠시마 지진을 두고 또다시 차별적 발언과 흑색선전, 불확실한 정보가 온라인상에 난무했다”며 “재해 때마다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1923년 발생한 관동대지진 발생 직후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 ‘조선인들이 불을 질렀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진 것과 유사한 상황으로 당시 조선인들이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집단 학살당했다고 언급했다.
당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살 희생자의 수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1923년 12월 상하이 임시정부의 기간지인 ‘독립신문’은 피해자가 6661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일본 내 조선인 관련 유언비어가 재해 때마다 확산된다는 것이다.
앞서 원전폭발 사고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던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에도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주장이 확산됐다.
규모 6.5의 강진이 일본 구마모토현을 강타했던 지난 2016년 4월 14일 일본 트위터상에는 ‘구마모토에 사는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말이 퍼지기도 했다.
더 심각한 건 유언비어를 믿는 일본 국민도 상당수 존재해왔다는 점이다. 도호쿠 가쿠인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동일본대지진 당시 재해지역인 센다이 시민 중 80% 가량은 유언비어를 믿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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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직후 일본 내에서 확산된 유언비어 트위터 글(왼쪽)을 보고 신고했다는 댓글을 줄지어 다는 일본 누리꾼들. 트위터 캡처상황이 이렇자 일부 일본인 사이에서는 유언비어를 막기 위한 움직임도 나왔다. 한 일본인 누리꾼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후쿠시마 지진 직후 유언비어를 퍼뜨린 계정을 캡처해 공유하며 “용서할 수 없다”고 썼다.
이를 접한 다른 일본인 누리꾼들은 “장난을 쳐서 좋은 것이 있고 나쁜 것이 있다”, “야비한 인간이 하는 소리다. 상대하지 말아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해당 트윗글을 신고했다는 댓글을 줄지어 달았다.
해당 트위터 계정은 이들의 신고와 비판 댓글로 삭제된 상태이며, 허위정보를 올린 다른 계정들도 트윗을 삭제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한 아이치트리엔날레 예술감독 쓰다 다이스케는 팔로워가 150만명인 자신의 트위터에 “악질적인 차별 선동 신고하자.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과거보다) 차별을 선동하는 내용이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