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인수합병 계약 성사를 위한 선결조건 이행일 종결 시한인 15일이 다가온 가운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또다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조가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제주항공의 운수권 독점 특혜 폭로가 이어지면서 양측이 또다시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추가 인력감축 중단과 고용 보장을 전제로 체불임금 등 고통분담 조치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통분담의 방안으로 직원들의 2개월치 임금에 해당하는 70억원을 반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주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에게 해당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5%가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영업일 기준 10일 내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조건을 이행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상태다. 제주항공이 제시한 기한은 15일 자정까지다. 미지급금 규모는 체불임금 260억을 포함해 1천700억원 규모다.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스타항공이 하루만에 1천억대 미지급금을 해소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제주항공이 요구하고 있는 ‘선결조건 이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경영 간섭 등 폭로전을 이어가며 날을 세웠던 양측은 최근 미묘한 기류 변화를 보이며 대화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14일 “이스타항공이 인수 종결을 위한 선결 조건과 미지급금을 해결한 시한이 15일 자정까지로 돼 있다”며 “15일 기준을 넘긴다고 해서 계약이 바로 파기되지는 않는다”며 인수 가능성에 여지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측이 제주항공의 운수권 독점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재점화됐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의 운수권 배분 특혜 주장에 대해 “노선 대부분 단독 신청이었고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제주항공측은 “5월15일 운수권 배분 당시 제주항공이 배정받은 11개 노선 중 김포~가오슝, 부산~상하이 노선을 제외한 9개 노선은 다른 항공사에서 신청하지 않은 단독 신청 노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스타항공이 파산하면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제주항공이 인수 과정에서 특혜를 받으며 이스타항공을 회생불가능 상태로 만들고 이제 와서 체불임금 해결 등을 이유로 사실상 인수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주항공은 직접 대화를 통해 혹은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의 중재로 성실하게 협의해 달라”며 “고통 분담 선언에도 제주항공이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거부할 경우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은 범사회적 시민대책위를 구성해 사태의 책임을 묻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제주항공을 압박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대 주주인 제주도도 인수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 지원책이 인수합병의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정부는 국토교통부에 이어 고용노동부까지 나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면담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한편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양보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아직까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빨리 나서서 합리적 방안을 내놓고 협의를 주선해야 한다”고 정부의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