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추모 예배에 참석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대학생이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진상범 부장판사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형을 받고 복역한 박모(66)씨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80년 10월 서울의 한 신학대학생이었던 박씨는 친구들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사망한 피해자 A군의 추모 예배를 준비했다. 그는 학교 채플실에서 추모 예배가 열리자 8절지 갱지에 등사한 ‘피의 선언’이라는 선언문을 예배에 참석한 학생 약 80여 명에게 나눠줬다.
해당 선언문은 “세계 역사상 그 유래를 찾기 힘든 만행을 동족 간에 서슴없이 자행하고도 최고의 애국자와 사심 없는 지도자로 자처하며 드디어 국가권력을 한 손에 장악한 이 현기증 나는 오늘을 우리는 더 좌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씨는 이후 학교 본관 앞 잔디밭에서 학생 약 100여 명과 함께 2회가량 돌면서 “전두환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계엄당국은 박씨가 계엄포고 10호를 위반했다며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1981년 법원에서 징역 1년형이 확정됐다.
박씨 측은 지난해 10월 이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면서 “당시 비상계엄 선포 등 일련의 행위는 전두환 정권의 국가의 헌정질서를 파괴하기 위한 내란행위에 해당하고, 박씨의 행위는 이를 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정당행위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박씨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각 행위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 또는 그를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범죄를 반대하는 행위”라며 “형법 제20조에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