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생계를 잇기 어려워진 취약계층을 제때 돕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당장 올해 하반기 안에 폐지하도록 계획을 앞당겼다.
또 올해부터 시행된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지원요건을 대폭 완화해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도 좁히기로 했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1년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28일 발표했다.
◇’서류만 부양가족’에 복지사각지대 낳던 ‘부양의무제’, 10월에 조기 폐지
그동안 ‘부양의무제’는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가로막는 ‘족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아무리 형편이 어렵고 가족과 흩어져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서류에 부양의무가 있는 가족이 있으면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각종 복지혜택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만약 부양의무자가 사실상 부양 능력이 없더라도, 하루하루 버티기 어려운 저소득층으로서는 관련 서류를 준비해 이 사실을 입증하는 부담을 떠안으며 급여를 신청하기도 쉽지 않았다.
지난해 말 서울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지 반년 만에 발견된 사건은 부양의무제의 맹점을 세상에 널리 드러낸 사건이다.
숨진 여성은 이혼해 연락도 닿지 않은 전(前) 남편이 부양의무자로 있다는 이유로 제 때 복지 혜택을 받지 못했고, 30대 발달장애인 아들은 어머니가 죽은 뒤에도 7개월 동안 시신을 수습하지도 못한 채 노숙생활까지 했다.
지난 1월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를 시청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내년부터는 모든 가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고 직접 밝혀 ‘부양의무제’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지원이 시급한 만큼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당장 오는 10월부터 전면 폐지하고, 이에 따라 생계급여 지출이 확대되는 등 필요한 재원은 2차 추경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또 같은 취지로 저소득층의 냉·난방비를 상품권 형태로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에서도 그동안 직계혈족이나 배우자의 소득까지 고려했던 지급기준을 낮춰 신청가구의 소득만 살피도록 바꾸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한 긴급복지지원제도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한시적으로 문턱을 낮췄던 지원사유 및 요건을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긴급복지제도 지원 사유에 코로나19로 가족 내 주·부소득자가 무급휴직 등에 처하거나, 이들이 자영업자나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인데 소득이 급격히 감소한 경우에도 도움을 받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또 지원 요건도 본래 대도시에 거주하는 경우 재산이 1억 8800만원 이하여야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동안에는 3억 5천만원으로 재산 요건을 낮췄는데, 이러한 조치들을 오는 9월 말까지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서 생계급여 지원대상이 4만 9천가구,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은 20만 6천가구씩 각각 늘어나고, 긴급복지지원제도 요건을 완화한 데 대해서는 지원가구가 총 6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갑작스럽게 큰 병을 얻어 연소득 대비 의료비 부담액이 15%를 넘어설 경우 본인부담 의료비의 50%를 일률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도 소득구간에 따라 지원비율을 추가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문턱 대폭 낮춰…소득·자산요건 완화하고 제도 정비 추진
한편 취업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고용안전망의 가장 밑바탕인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서비스’를 모두 지원받을 수 있는 핵심지원대상인 Ⅰ유형의 경우, 가구단위로 중위소득 50% 이하, 재산 3억 원 이하이면서 신청인을 기준으로는 중위소득 50% 미만이어야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망을 두텁게 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가구단위 소득요건을 중위소득 60% 이하로, 재산요건은 4억 원 이하로 완화하도록 관련 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 나아가 올해 하반기에는 상반기 동안의 국민취업지원제도 운영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오는 12월 ‘제1차 국민취업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