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는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장하성 대사는 26일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중국 측이 주장하는 항미원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국전쟁 발발 등과 관련한 사안은 국제적으로 논쟁이 끝난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장 대사의 이 발언은 중국이 인민지원군의 한국전 참전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항미원조 분위기를 띄우며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운운하는 데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자신들이 참전했던 한국전에서 당시 세계 최강이던 미국을 물리쳤다는 항미원조 서사를 확대 재생산 함으로써 애국주의를 고조시키고 이를 통해 내부 단결을 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쟁에서 총부리를 겨눴던 상대방의 역사 해석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일방적 시각에 대한 과도한 강조나 특정 시점과 사실에 대한 부각은 자칫 전쟁의 전체적인 구도나 맥락,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
연설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사진=CCTV 캡처)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3일 진행된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미국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38선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중북 접경까지 끌고 왔다”, “북한을 침범한 미국 전투기는 동북 지역을 여러 차례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6.25 전쟁을 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규정한 관련 기사를 리트윗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전쟁이 70년 전에 그저 ‘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1950년 6월 25일 마오쩌둥의 지원으로 남한을 침공했다”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이어 “자유 국가들이 반격하자, 중국 공산당은 압록강을 건너 수십만 명의 병력을 보내 한반도에 참화를 가져 왔다”고 덧붙였다.
우리 외교부도 지난 24일 “한국전쟁 발발 등 관련 사안은 이미 국제적으로 논쟁이 끝난 문제로 이러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 바뀔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한국전에 대한 기본 인식 재확인이 중국측의 입장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장 대사는 이날 중국이 항미원조 작전 7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며 애국주의를 고취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우리 관심 사안에 대해 중국과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