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의외로 잠잠한 가운데 미국이 전략 폭격기를 갑자기 한반도 주변에 대거 전개시켜 북한의 반발이 우려된다.
이는 미 국방부가 북한의 핵과 화학무기 위협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공개하고,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막을 차세대 요격체 배치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뤄졌다. 북한이 느낄 압박 강도가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19일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에 따르면 B-1B 전략폭격기 4대와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2대 등 폭격기 6대가 지난 17일 미국 본토와 괌에서 출격해 대한해협과 일본 인근 상공을 비행했다. 이번 작전에는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15J 전투기도 참여했다.
미국 공군은 “이번 임무는 언제 어디서든 전 지구적으로 전투사령부 지휘관들에게 치명적이고, 준비된, 장거리 공격 옵션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연합훈련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이번 작전은 전시작전권 전환 검증보다 연합방위태세 점검에 비중을 둔 미국 측 의중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견제와 경고의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은 그 자체가 컴퓨터 시뮬레이션(CPX) 방식인데다 예년보다 규모도 줄어들었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북한은 대외선전매체를 통한 비판 외에는 아직까지 별다른 거부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하지만 연합훈련과 별개로 전략자산 전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이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달 10일 담화에서 “그저 우리를 다치지만 말고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라며 유화 제스처를 보낸 이후 대외적으로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존 힐 미국 미사일방어국장은 18일(현지시간) 미 헤리티지 재단 토론회에서 레이저 등을 이용한 차세대 요격체(NGI) 배치를 당초 계획인 2028년보다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RFA)는 전날 보도를 통해 미 국방부 산하 육군부가 지난달 작성한 보고서 ‘북한 전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최대 60개의 핵폭탄과 탄저균 등의 치명적 화학무기도 2500~5000톤을 보유 중인 것으로 추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달여 남은 대선 국면에서 북한을 달래며 현상 유지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정작 산하 행정부처는 북한의 신경을 자극하며 도발 가능성을 키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