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이른바 ‘부정식품(불량식품) 선택권’ 및 ‘건강한 페미니즘’ 관련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은 취지가 왜곡됐다거나 전해 들은 이야기라며 논란을 피해 가려 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전 총장의 돌출 발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정식품 선택의 자유’,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 구설수
앞서 윤 전 총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에 감명을 받았다며 “프리드먼은 먹으면 병에 걸리는 것이라면 몰라도, 부정식품이라고 하면 없는 사람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윤 전 총장은 “햄버거 50전짜리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50전짜리를 팔면서 위생이나 이러한 퀄리티는 5불로 맞춰 놓으면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했다.
이는 저소득층이라면 부정식품에 준하는 음식도 고르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혀 논란을 빚었다.
https://www.youtube.com/embed/XKJsOvWHg18?enablejsapi=1&origin=https%3A%2F%2Fm.nocutnews.co.kr윤 전 총장은 2일 해당 발언에 대해 “기준이 너무 과도하면 국민 건강엔 큰 문제가 없지만 햄버거의 단가가 올라가서 저소득층이 훨씬 싸게 살 수 있는 선택 기준을 제한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그걸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좀 과도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규제가 국민들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고, 이러한 비현실적인 기준을 통해 단속만 외치는 것은 검찰의 갑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명도 여전히 ‘부정식품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라 여야 양측에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SNS를 통해 “G8 국력을 인정받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부정식품 그 아래 것이라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없는 사람들은 ‘주 120시간 노동’ 하면서 ‘부정식품이나 그 아랫것을 먹는’ 그런 나라를 만들려는 것인가”리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사 먹을 수 있도록 부정식품 규제를 안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사고라면 건강, 안전, 생명, 환경에 관한 규제들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를 마치고 국회 본관을 떠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날 윤 전 총장은 페미니즘과 저출산을 연결 짓고, 건강한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며 또다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초선 의원 공부모임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페미니즘이 너무 정치적 악용돼 남녀 간의 건전한 교제와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또 “페미니즘이라는 것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정권을 연장하는 데 악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남녀 간 교제에 성평등이 없다면 건전한 교제이기는커녕 폭력과 차별로 얼룩진 관계일 것”이라며 “‘윤석열이 허락한 페미니즘’ 별로 원치 않는다. 건강한 페미 구분 짓는 감별사 자처하며 훈계하지 마시고, 여성들의 현실과 목소리를 먼저 공부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은 발언의 구체적인 의미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러한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언급을 한 것”이라며 설명을 피했다.
중도 외연 확장 바라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걱정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초청 강연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 전 총장은 이전에도 ‘주 120시간 노동’ 이나 ‘대구 아니면 민란’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 있는데, 잇단 설화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초선 의원은 “원래 정치를 했던 분이 아니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고, 동시다발적인 질문에 다듬어지지 못한 표현이 나가는 것 같다”며 “캠프를 꾸렸으니 상황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를 위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 하는 가운데, 전통적 지지층이 아닌 여성이나 취약계층과 관련된 돌출 발언이 나온 점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시민들의 삶의 질에 대해 설명하며 부정식품이라는 전혀 엉뚱한 단어를 쓴 것”이라며 “검찰에만 있던 윤 전 총장이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의 현실을 인식하는 데 큰 괴리감이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