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일본 내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tvN ‘사랑의 불시착’과 JTBC ‘이태원 클라쓰’를 선두로 다시 한 번 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다.
3월 25일 일본 넷플릭스에 공개된 ‘사랑의 불시착’은 2개월 넘게 인기 콘텐츠 순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3위를 꾸준히 유지 주인 ‘이태원 클라쓰’도 마찬가지다.
해당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한 유명 연예인들의 추천도 상당하다. 두 드라마가 얼마나 일본 내에서 파급력 있게 인기를 모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방송계의 전설, 쿠로야나기 테츠코(87)는 SNS에 코로나19로 인해 자택에서만 지내는 생활을 공개하면서 “방에서만 생활한 지 한달 반 지났다. 요즘 한국 드라마 재미있다.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 전체를 한 번에 봤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밖에 배우 사사키 노조미, 오오마사 아야, 유명 그룹 EXILE의 멤버 이와타 타카노리, 쟈니스 아이돌 키쿠치 후마 등이 ‘사랑의 불시착’을 추천하는 시청 소감을 남겼다.
5월부터 일본 방송 프로그램과 언론사들은 ‘사랑의 불시착’ 열풍 원인을 분석해왔다.
후지TV ‘도쿠다네’에서는 지난달 18일 방송에서 ‘사랑의 불시착’에 대해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화제인 드라마”라며 “세 명이 모이면 이 이야기 밖에 하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다. 하룻밤에 9화를 전부 몰아서 봤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주간 동양경제는 이달 21일 <‘사랑의 불시착’ 대히트는 불가피했다>는 제목의 칼럼으로 전문가의 시각을 통해 ‘사랑의 불시착’ 인기를 해부했다.
동양경제는 그 이유로 △ ‘겨울연가’를 방불케 하는 클래식한 러브스토리 △ 매력적인 캐릭터와 유명 한류 배우들의 조합 △ 대기업 재벌 CJ그룹 산하에 있는 ‘스튜디오 드래곤’의 자금력 △ 세계적으로 무너진 자막의 벽 등을 꼽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 드라마들에 밀린 일본 콘텐츠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연예 전문 매체인 엔터 메가는 이달 27일 <‘사랑의 불시착’만이 아니다…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대량 투하’에 일본은 완전히 밀렸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사랑의 불시착’은 미국에서도 인기와 좋은 평가를 받는 등 그 기세가 압도적이다.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 국내 일일 랭킹에서 밀리는 것만 봐도 그 인기를 알 수 있다”고 비교했다.
이어 “일본 드라마가 한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생충’으로 한국 영상 콘텐츠의 진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 평가 측면에서 일본이 꽤 처져 있다는 인상도 있지만 향후의 반격에 기대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현재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 자산 매각에 치열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 법원이 지난 3일 일본 징용기업을 대상으로 압류명령 결정 등의 공시송달을 결정하면서 일본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일본은 일본 징용기업의 한국 내 압류자산이 매각된다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면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정치와 문화 콘텐츠를 철저히 별개 영역으로 구분하는 일본 국민들의 성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치외교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어도 지금처럼 문화 콘텐츠가 명맥을 이어준다면 아직 민간 교류의 희망은 남아 있다.
동아시아 국제정치 전문가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김용찬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일 CBS노컷뉴스에 “일본은 시민사회의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에 정치.외교적 갈등과 문화 콘텐츠 소비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그들은 정부의 정책에 거리감이 있다. 정부는 정부이고, 우수한 한류 문화 상품의 소비는 소비인 것이다. 정치외교에 무관심한 부분이 그런 소비로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연결고리가 남아 있기 때문에 만약 정치.외교 문제가 풀리기만 하면 한일 민간 교류는 빠른 시일 내에 활성화될 수 있다. 한국 상품이나 한국에 대한 일본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