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전세기를 띄워 국민을 구출하거나 백신을 보내줘야 할 판에 운항을 중단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행정편의주의의 극치라고 생각합니다.”(한 인도 교민)
인도 교민사회가 코로나19 폭증에 이은 한국 정부의 한-인도 간 부정기 항공편 운항 허가 중단 소식에 ‘패닉’에 빠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5일 “전날부터 인도발 부정기편 운영 허가를 일시 중지했다”고 밝혔다.
주인도한국대사관도 26일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을 공지하면서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문의한 결과 “내국인(한국인) 이송 목적으로 운항하는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귀국 특별기 6∼7편의 운항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항공사와 여행사는 잠정적으로 특별기 운항 날짜를 정한 상태로 이미 예약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인도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항공편의 경우 정기편은 없고 부정기편만 운행된다.
내달 이후 귀국 여부가 불확실해지자 교민 사회에서는 큰 혼란이 빚어졌다.
회사의 귀국 권고에 따라 항공편을 예약했던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주재원 가족은 물론 사업 프로젝트 진행, 자녀 입시 준비 등을 위해 한국에 들어가야 하는 이들의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호봉 재인도한인회장은 “매일같이 뜨는 정기편이야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정부가 어떻게 한 달에 몇 차례 뜨지도 않는 특별기 운항을 막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인도 교민은 여기에서 죽으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교민은 “항공편 운항 중단 소식을 접한 아내가 펑펑 울었다”며 “나라에서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교민 사회의 공포감이 말도 못 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민 사회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크게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하루에 35만명 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병원 중환자실이 거의 꽉 찬 상태이기 때문이다.
감염돼 상태가 나빠지더라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인도 교민 A씨가 산소호흡기를 갖춘 중환자실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가 뒤늦게 병상을 확보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기도 했다.
설사 입원하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민은 “병원 복도에서 대기하던 도중 옆 병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사망했다”며 “하지만 인력이 모자라는지 한동안 시신을 치우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운 좋게 중환자용 병상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산소호흡기 외에는 사실상 아무 치료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까지 주인도대사관에 보고된 누적 교민 확진자 수는 100여명이다. 하지만 대사관에 알리지 않은 감염자가 많기 때문에 실제 확진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의 교민 수는 약 1만1천명이다.
문제는 교민 거주지의 감염자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다.
기자가 거주하는 뉴델리 남쪽 주택가에서도 24일 기준으로 353명의 확진자(누적 아닌 현재 감염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교민이 많이 사는 뉴델리 인근 구루그람(옛 구르가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약 1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사관에서도 한국 직원과 현지 직원 등 10명이 집단 감염된 상태다.
한 교민은 “주위 교민이 계속 감염되고 있다”며 “한 지인은 재택근무를 한 지 8∼9일째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는데 어디서 어떻게 감염되는지도 모르니 더욱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사관과 한인회가 의료용 산소발생기를 한국에서 긴급 조달하기로 했다.
현재 대사관이 교민 지원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3대의 산소발생기 외에 약 20대를 더 들여오기로 한 것이다.
강호봉 회장은 “이미 8대를 주문했고 10여대를 더 주문할 계획”이라며 “이 장비는 외교 행랑을 통해 긴급 수송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 산소발생기는 중환자용이 아니기 때문에 상태가 심각한 환자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nocutnews@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