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건과 관련해 주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에 대한 민사조정이 길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익산시가 기준도 없이 총액 50억 원을 제시해 정치적 부담을 주민에게 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지난 7월 집단 암 사건과 관련한 책임을 물어 전라북도와 익산시를 대상으로 157억 원 규모의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양측은 10일 전주지법에서 열린 민사조정 제2차 기일에서도 결론을 짓지 못했다.
주민 측 변호인에 따르면 주민들은 사망은 3억 원, 투병의 경우 거주 기간을 따져 많게는 2억 원 등 총 157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는 ‘불법행위 유형별 적절한 위자료 산정방안’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기업이 영리의 목적으로 환경을 오염을 일으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기본 3억 원, 고의 불법의 경우 6억 원의 위자료를 측정하고 있다.
연초박으로 비료를 만든 금강농산에 남아있는 폐기물. 마을주민들은 산업폐기물과 화학약품들이 아직도 묻혀 있다고 말한다. (자료사진/사진=남승현 기자)주민 측과는 달리 익산시의 경우 사망 1억 원, 투병 7천만 원 등 총액 50억을 제시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가습기 살균제 구제 급여 등 여러 가지 특별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50억을 제시했다”며 “이 사건에 대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모양새만 갖출 뿐 정치적 부담을 주민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장점마을 소송대리인단 홍정훈 간사는 “손해배상 금액 50억 원에 대한 어떠한 선정기준도 없이 단순 금액을 제시하고 배분은 마을 주민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익산시와 전라북도가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조정에 응한 것과 같은 외관이지만 실제로는 결정하기 어렵고 후폭풍이 생기는 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한 달 사이 한 분이 암으로 사망하시고 다른 한 분이 암이 발생했다”며 “조정 절차를 통해 빨리 구제하는 게 우선이나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보여주는 태도는 실망스럽다”고 안타까움을 보였다.
그러면서 “익산시 쪽에서 ‘소송을 통해서 해결하라’는 목소리도 민사조정에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산 장점마을 금강농산 입구. (자료사진)장정마을 집단 암 발병 사건은 폐기물 처리업체인 (유)금강농산의 유해물질로 마을 주민 22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17명이 투병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환경부 조사결과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을 비료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불법 건조할 때 나오는 1군 발암물질인 TSNAs(담배 특이 니트로사민)과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이 암 발병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익산시의 폐기물 재활용 신고 부당 수리,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 부적정 등 위법·부당한 사항이 지적됐다.
다음 조정기일은 오는 1월 7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