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을 맞아 진행한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조정 실패를 인정하면서 임기 내에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연초만해도 부정적이었던 전직 대통령들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한층 열어뒀다. 백신 공급에 대해서는 “우리 형편에 맞게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 나름 선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부동산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 실패 인정…사면 한층 열어둬·반도체 산업 육성 언급에 ‘삼성 힘 실어주기’ 해석도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오전 11시부터 1시간 8분가량 진행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하이라이트는 주로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의 자유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아쉬움이 남는 정책을 묻는 질문에 곧바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아주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답해 부동산 정책실패를 인정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 됐다”며 “거기에 더해 LH공사의 비리까지 겹쳐지면서 지난 (재)보선을 통해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1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4·7 재보궐 선거 참패에 대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이었다”는 발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주택 공급의 확대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원칙은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도 부동산 투기를 금지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사면에 대해서도 불과 몇달 전과 비교해 뉘앙스가 한층 달라졌다.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말해 어렵다”며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국민들 공감대를 생각해가면서 판단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서는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높여갈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특별연설에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하면서 “국가전략산업으로 전방위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해 ‘삼성 힘실어주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대놓고 인정하고, 국민 통합 차원에서 사면을 검토하겠다며 자세를 낮춘 것은 4·7 재보궐 선거 참패로 인해 문 대통령의 완고한 생각도 변화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
https://www.youtube.com/embed/uLUDi7XGQXk?enablejsapi=1&origin=https%3A%2F%2Fm.nocutnews.co.kr◇ “백신 우리형편에 잘했다”는 논리 내세워…”문자폭탄도 국민 의견, 다만 예의갖춰달라” 자제 촉구
문 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연설문에는 주로 코로나19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방역·경제 차원에서 선방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화자찬’이라는 지적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은 여러 경제 수치들을 인용하면서 현재 우리 나라의 긍정적인 지표를 나열하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백신 공급에 대한 지적에 반박하며 “우리의 형편에 맞게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이 좀 더 빨랐다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 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우리의 형편에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문파’들의 문자폭탄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이 여유있는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문자가 거칠고 무례하면 지지를 더 갉아먹을 것”이라고 거친 표현을 일삼는 문파들을 향해 자제를 당부했다.
다만, 기본적으로는 “저 역시 많은 문자폭탄을 받았고 험악한 댓글에 시달린다”면서 “그런 의견이 있다는 것을 참고하고, 그것도 한 국민의 의견이라고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해 긍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날 연설 말미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의지를 밝힌 문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정책은 우리 정부가 바라고 있는 방향과 거의 부합한다”며 “북한의 반응이 대화를 거부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길로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