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윤여정에게 브래드 피트의 냄새를 질문해 빈축을 산 미국 매체가 논란이 된 부분을 삭제했다. 그러나 영상 소개에 ‘덕질(fangirl)’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여전히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한국 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이자 유일한 동양인 후보로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시상식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미국 통신사 AP와 NBC방송이 공동 제작하는 연예정보 프로그램 엑스트라 TV(Extra TV) 리포터는 윤여정에게 “브래드 피트에게선 어떤 냄새(smell)가 났는가”라고 물었다.
보통 셀럽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묻는 말이라고 하지만 한국 배우 최초이자 동양인 배우로서는 두 번째로 오스카를 품에 안은 대배우에게 하기에는 적합하지도, 또한 자리에 맞지도 않는 무례한 질문이었다고 현지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윤여정은 불쾌함을 드러내기보다 “난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어요. 나는 개가 아니랍니다”라며 노련하게 받아쳤다.
해당 질문이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는 해당 발언이 무례했다며 비판이 쏟아졌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엑스트라TV는 영상에서 해당 질문에 대한 부분을 삭제했다.
엑스트라TV 유튜브를 찾은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이 모든 상황은 아시아인들이 여전히 연예계에서 존경받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리포터가 인종차별 혹은 성차별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 거라 보진 않지만, 무지하게 행동했다”며 “역사적인 오스카상을 받은 후에 하기에는 불쾌한 질문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그(윤여정)는 개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문제가 된 무례한 질문 부분은 삭제됐으나 엑스트라TV 측에서는 따로 사과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엑스트라TV의 무례함은 질문만이 아니다.
엑스트라TV는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윤여정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브래드 피트와 만난 상황을 두고 윤여정의 ‘덕질(fangirl)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유튜브 댓글을 통해 “엑스트라 TV는 무례하게 그런 질문을 할 용기가 있지만, 그들의 어리석음에 대해 적절히 사과할 용기는 없다”며 “엑스트라TV는 5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아시아 베테랑도 할리우드 슈퍼스타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덕질(fangirl)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심한 우월주의자들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엑스트라TV 트위터에 올라온 해당 영상에 “그건 ‘덕질’의 순간이 아니었다. ‘미나리’의 제작사는 브래드 피트의 플랜B다. 2백만 달러의 예산으로 영화를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윤여정이 농담을 한 것”이라며 “어서 시간을 내서 영화를 찾아봐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윤여정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표해라” “바보 같은 질문을 삭제하는 건 최악이다. 문제는 리포터가 오스카상을 받은 아시아 여성이 있음에도 여전히 백인 미국 남성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