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할머니, “위안부 문제 해결하고 싶다”며 2012년 출마선언
윤미향 강하게 만류 “국회의원 안 해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
‘다른 할머니들도 출마 싫어한다’며 출마 막기도
정작 8년 뒤 본인은 위안부 문제 앞세워 정계 진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이 지난 2012년에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제19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용수 할머니를 강하게 막아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안부 피해 당사자의 국회의원 출마를 만류했던 윤 당선인은 정작 8년 뒤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앞세워 직접 국회에 진출했다.
27일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이 할머니와 윤 당선인의 2012년 3월 8일 통화 녹취록을 보면 윤 당선인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죽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말한 이 할머니에게 “국회의원을 안 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출마를 만류했다.
당시 이 할머니는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도저히 죽을 수 없다. 국회의원이 되면 일본 국왕으로부터 사죄와 배상을 반드시 받아오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윤 당선인과 이 할머니의 통화는 이 출마선언 기자회견 직전에 이뤄진 것이다.
또한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에게 ‘(할머니의) 총선 출마를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이 싫어한다’는 취지의 얘기도 했다.이에 대해 이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이 뭐하는 데 기분 나빠 하느냐. 나는 그런 것 때미로(때문에) 할 것 안 하고(하지 않는다)”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죽어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 되면 월급은 다 좋은 일에 할 것”이라며 “(네가) 걱정되면 ‘할머니 건강이 걱정된다’고만 하면 된다”고 국회의원 출마를 만류하는 윤 당선인을 나무라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통화 엿새 뒤인 그해 3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시 이 할머니는 “국회에 진출해 직접 정부와 일본을 압박하는 것이 살아 있는 동안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올해 4월 총선에 뛰어든 윤 당선인이 밝힌 출마의 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이 할머니의 정치권 진출을 막아섰던 윤 당선인은 8년이 흐른 이번 21대 총선에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앞세워 출마, 국회에 입성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윤 당선인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도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만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