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내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미국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 전환으로 얼어붙은 시장에 대형 악재가 겹친 모양새다.
전쟁 우려 최고조…코스피·코스닥 1%대 하락
코스피는 22일 전 거래일 대비 37.01포인트(-1.35%) 내린 2706.79에 마감했다. 장중 한 때 2690.09까지 내려가면서 불안한 흐름을 보였지만, 2700선을 간신히 지켰다. 이날 개인은 6707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이 3300억 원, 기관이 3820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닥 지수도 16.14포인트(-1.83%) 하락해 868.11에 장을 마쳤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41억 원, 296억 원 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이 484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7.01포인트(1.35%) 내린 2,706.79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6.14포인트(1.83%) 내린 868.11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공포에 지난달 급속한 하락 추세를 보였던 국내 증시는 이달 들어 반등을 시도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고 이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다시 강한 하방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수립을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했다. DPR과 LPR은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자신들을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파열음을 빚어왔다. 푸틴 대통령은 독립 승인 서명과 함께 두 공화국에 러시아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라고 명령하면서 전쟁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전운이 짙어진 우크라이나 모습.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 동부를 순찰 중이다. 연합뉴스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 유승민 팀장·박혜란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이 전쟁가능성을 예상했고, 위험이 자산가격 일부에 반영됐다”며 “향후 전면전으로 확대 여부, 단기 또는 장기전 여부 등에 따라 시장에 추가 반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을 ‘전술적 행동’ 수준으로 분석하면서 “지정학 위기 발발 시 흔히 목격되는 금융시장 충격, 정책 대응, 위험자산 급반등 순서의 패턴이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영향은 초기 반응 이후 제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우려와 부담이 깔린 상태에서 전쟁 우려까지 더해진 상황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오미크론에 이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어가게 하는 측면도 있다”며 “유가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서 인플레이션 지표를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현재 배럴당 95.39 달러로, 68.87 달러였던 지난해 11월 대비 30달러 가까이 상승해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에는 (시장 정책 관련) 굉장히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도 계속 예정돼 있다”며 “이 시기 시장은 급락보다는 계속적으로 ‘눌리는’ 형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같은 날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장 대비 1.71% 하락했고, 대만 가권지수 역시 1.38% 빠졌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도 전일 대비 1.01% 내렸다. 갈등 당사국인 러시아 주가지수는 13.21%나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더 급격한 하락…안전자산 ‘금값’은 상승
가상화폐 시장은 국제적 긴장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2일 오후 3시50분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개당 4521만 원에 거래 중이다. 일주일 전인 15일 고점(5399만 8천 원) 대비 16% 가량이나 빠진 가격이다. 같은 시각 글로벌 암호화폐 시세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개당 3만 6882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틀 전 4만 달러선이 붕괴된 뒤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22일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현황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8천만원선을 뚫고 올라갔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급격히 하락해 지난달 24일 4천만 원선 붕괴 직전까지 갔다가 잠시 반등하는 듯 했지만, 전쟁 리스크를 그대로 흡수하는 모습이다.외환거래 증권사인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최근 다우존스 발행 주간지에 우크라이나 리스크와 관련 “단기적으로 가상자산의 매도 압력을 10~15% 지속시킬 것”이라고 봤다. 해외 거래소 FX프로의 엘릭스 쿱시케비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한때 ‘디지털 금’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안전자산인 금과는 거의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위험자산 회피 현상과 맞물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거래되는 1kg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83%오른 7만 2990원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만 4% 이상 오른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