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福島(후쿠시마) 仙市(센다이) 한자 외워놓았다가 저기서 생산된 건 바로 버리세요.’
며칠 전부터 일본산 플라스틱 수납함이 신경쓰였던 정모(35)씨는 옷장을 정리하면서 수납함도 버리기로 했다.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부서진 곳 없이 멀쩡했지만 ‘made in japan’과 알 수 없는 일본어가 찝찝했던 것.
정리할 물건을 방 한 쪽에 내놓고 다른 일을 하는 사이, 26개월 된 아들이 수납함을 입에 넣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걱정된 마음에 수납함에 쓰여진 일본어를 폭풍 검색했다.
다행히도 후쿠시마현과 반대편에서 생산된 걸 확인한 정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일본산은 이제 찝찝해서 못쓸 것 같다”며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후쿠시마 일본어, 한자 표기를 잘 기억해뒀다가 걸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이르면 다음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소비자들의 방사능 공포가 커지고 있다.
맘카페 등에서는 건어물과 수산물을 미리 사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맘카페 회원은 “이제 생선과 미역은 물론이고 모래놀이, 해수욕도 못하게 생겼다”며 “전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건데 일본 사람들은 왜 반대도 안 하냐”고 답답해했다.
주부 김모(59)씨는 “혹시나 일본에서 오염수 내보낸다고 발표하면 가격이 오를 것 같아서 마트에서 멸치를 사 놨다”며 “다시마나 미역도 사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아직까지 수산물과 건어물 사재기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일본 정부의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 주말(16~18일) 수산물과 건어물 매출은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형마트의 수산물·건어물 판매량은 지난달과 큰 차이가 없었다.
유통사들은 방사능 오염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품을 선별, 확보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8년 후쿠시마산 라면을 판매해 물의를 빚었던 홈플러스는 “일본에서 들어오는 제품은 방사능 검사는 물론 바이어들이 지도를 펴 놓고 제조 공장의 일본 주소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아직까지 주문이 감소하는 등 형향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중”이라며 “오염수 방출 영향을 받지 않는 상품을 소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