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으면서 미국의 한 마케팅 업체가 오스카 연기상 수상자와 후보자에게 전달하겠다고 한 선물 가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포브스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마케팅 업체 ‘디스팅크티브 애셋’은 오스카 연기상과 감독상 후보자 등 25명에게 주겠다면서 ‘스웨그 백'(사은품 가방)을 마련했다.
이 선물 가방은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와 전혀 상관없다.
디스팅크티브 애셋이 오스카 스타들의 유명세를 활용해 상품을 홍보하기를 원하는 업체 제품을 모아 선물 가방이라고 만든 것이다.
‘모두가 승자’라고 명명한 이 선물 가방에는 리조트 숙박권, 지방흡입 시술권, 주류와 과자, 카드 게임 등 잡다한 제품이 포함됐다.
디스팅크티브 애셋 트위터 캡처캘리포니아주에서 합법화된 각종 대마초 성분 제품도 들어있다.
24캐럿 금박을 입혔다는 대마 용액 카트리지, 희석한 대마 용액과 멜라토닌을 섞은 수면 유도제, 대마 성분이 들어간 고약 등이다.
대마 용액 카트리지를 제공한 업체 홀로팁스는 오스카 시상식에 앞선 지난 24일 자료를 내고 선물 가방에 자사 제품이 포함됐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포브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오스카 선물 가방은 대마초 선물들로 화제가 됐다”며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디스팅크티브 애셋 설립자 래시 패리는 “공짜 물건이 가득한 가방이라는 의미보다는 더 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를 바란다”며 여성과 흑인, 장애인이 운영하는 기업 제품 등으로 선물 가방을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이 업체는 미국의 배달 서비스 업체 ‘포스트메이트’를 통해 오스카 후보자의 자택이나 숙소로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공짜’라는 이 업체 설명과 달리 선물 가방은 무료가 아니다.
20만5천달러(2억2천여만원) 가치라고 미국 매체들이 보도한 이 선물 가방에 대해 미국 국세청(IRS)은 연예인 소득으로 분류해 세금을 부과한다.
만약 원하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전달된 선물 가방을 받아든 오스카 수상자와 후보자 입장에선 거액의 세금만 내야 하는 짐이 될 수도 있다.
포브스는 연방세와 캘리포니아 주세 등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분석했다.
2억여원 가치로 알려진 이 가방을 받으면 세금 1억원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선물 가방을 받기로 마음먹는다면 수령자는 세금신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독촉 고지서와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NYT는 “선물 아이템은 완전히 공짜가 아니고, 오스카 후보자들은 선물 수령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디스팅크티브 애셋이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연기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과 스티븐 연, 리 이아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에게 과연 가방을 전달했는지는 불확실하다.
더구나 윤여정의 경우 대마 제품까지 포함된 마케팅용 선물 가방을 받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는 게 합리적인 관측이다.
앞서 아카데미는 2001년부터 업체 협찬을 받아 선물 가방을 후보자와 시상자에게 나눠주다 미 세무당국 조사를 받고 2006년에 아예 없앴다.
이후 디스팅크티브 애셋이 오스카 가방이라고 선전하며 판촉 활동을 펼쳤고, 아카데미 측은 2016년 소송을 내 이 업체가 오스카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명시하도록 했다.
아카데미는 소송 당시 이 업체가 마리화나용 흡입기와 각종 선정적인 제품을 넣어 오스카 이미지를 손상했다고 지적했다.
디스팅크티브 애셋은 올해에도 선물 가방에 부적절한 제품을 넣어 뒷말을 낳았다.
트위터 게시물 캡처이 업체는 지난해 숨진 할리우드 스타 채드윅 보즈먼을 추모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NFT(대체불가토큰) 작품을 선물 목록에 넣었다.
하지만, 보즈먼과 그리 닮지 않은 조잡한 이미지였고 고인을 상품화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보즈먼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기정사실화하고 NFT를 섣불리 만든 것도 논란이 됐다. 올해 남우주연상은 보즈먼이 아닌 앤서니 홉킨스에 돌아갔다.
결국 보즈먼 NFT를 만든 작가는 사과문을 내고 다시 작품을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