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중 어린이·청소년이 적고 이들이 중증으로 악화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연구팀이 어른들과는 다른 어린이들의 폐 생리와 면역기능이 그 이유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미국 텍사스대 휴스턴 보건과학센터와 베일러의대 연구팀은 10일 국제학술지 ‘미국 생리학 저널-폐 세포 & 분자 생리학'(AJP-Lung Cellular and Molecular Physiology)에서 어린이 폐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침투경로인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가 어른보다 적고 염증과 싸우는 T세포가 많아 면역기능도 다르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중증 환자 중 어린이가 적은 이유를 밝히는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다. 그 이유를 밝히면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 예방·치료법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9일 0시 기준) 중 10살 미만은 210명으로 전체의 1.58%, 10~19세는 737명으로 5.54%를 차지한다. 전체 인구 중 10대 이하 비율이 17.3%인 것에 비춰볼 때 매우 낮은 비율이다. 특히 30대 미만에서는 사망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초기 환자 14만9천82명 중 18세 이하 환자 비율은 1.7%에 불과하며, 사망자도 3명에 그쳤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이 연령대의 비중은 22%다.
연구팀은 어린이가 코로나19에 잘 걸리지 않고 중증이 적은 첫번째 이유로 이들의 폐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경로인 ACE2가 적다는 점을 들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표면 돌기단백질(spike protein)이 폐 세포 표면의 ACE2와 결합하면서 침투한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ACE2가 어른들보다 적어 바이러스 침투가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매튜 하팅 박사는 “ACE2는 바이러스 침투에 매우 중요한데 ACE2는 어린이에서는 발현량이 적고 나이가 들면서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뉴욕시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의대 연구팀이 지난 5월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보고한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들은 4~60세 천식환자 305명의 ACE2 유전자 발현 정도를 분석한 결과 나이가 증가할수록 ACE2 발현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어린이들의 면역체계는 어른들과는 다르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반응한다며 이를 중증환자가 적은 이유로 들었다. 어린이 몸에는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T세포가 어른보다 많아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공동연구자인 해리 카무티-퀸타나 박사는 “인체에는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면역을 조절하는 T세포가 많고 코로나19 중환자에서는 T세포가 감소해 항바이러스 능력이 떨어진다”며 “하지만 어린이들은 T세포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어린이 폐조직에는 인터류킨-10(IL-10) 같은 조절 T세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IL-10은 사이토카인 합성 억제인자로 항염증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무티-퀸타나 박사는 “IL-10은 해로운 사이토카인인 인터류킨6(IL-6) 같은 염증인자들을 억제한다. 어른들에게는 초염증상태가 나타나곤 하는데 어린이는 그렇지 않다”며 “쥐를 이용한 전임상 연구에서 IL-10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