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FSC(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이 KDB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1위와 2위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된다면 대형 국책항공사가 탄생하는 빅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하고 한진칼이 아시아나 지분 30.77%를 사들이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코로나19로 승객이 80% 이상 줄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대한항공은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이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도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인수설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아시아나는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HDC현대산업개발과의 2조 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합병이 최종 결렬돼 채권단 관리 체제 아래 놓였다.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 3000억원을 이미 소진했고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 2천4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은 상태다.
최근 아시아나가 HDC와의 인수합병 계약금 2천500억원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소송을 진행하고 주식을 3:1로 무상감자한 점은 인수 대상자의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방안으로 분석된다.
◈ 산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적극 찬성’…시장 독과점·대한항공 특혜 시비 우려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한다면 산업은행으로서는 부채만 12조가 넘는 부실 기업을 떠안는 부담을 덜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 체제 하에서 산업은행이 아시아나 구조조정을 혹독하게 시행해 몸집을 줄여 쓸모있는 기업으로 만들면 인수자가 나오겠지만 현재로서는 정부 일자리 문제와 맞물려 구조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와도 부딪히는 게 부담스러워 방만 경영을 이어가면 아시아나는 혈세만 들어가는 좀비 기업이 될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설을 놓고 각 사 직원들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직원들의 무급휴직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이 현실화되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대한항공 직원은 “블라인드 앱에 관련 기사가 올라오면서 사실이냐고 묻는 직원들이 많다”며 “국적기를 합치는 일이 일반 회사를 합치는 게 아닌데 산은이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30년 전부터 복수 민항기의 틀이 짜여져 있다”며 “독과점 문제와 부실기업을 떠안았을 때 대한항공에 특혜를 줘야하는 시비도 가능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에서 대형 항공사가 두 개나 있을 필요가 있냐는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양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이 2분기 순손실 합계가 2조원을 기록하면서 국적 항공사 통합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미국을 제외하고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가 국적 항공사 한 곳을 두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 노조는 오는 17일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열리는 경영평가설명회에서 인수설과 관련해 사측의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