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에콰도르를 강타하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의료 시스템이 붕괴 상태에 빠졌다고 CNN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병원이 코로나19 중환자와 시신으로 넘쳐나면서 시신을 길거리에 방치하거나 심지어 분실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이 전한 플라비오 라모스(55) 가족의 사연에서 에콰도르의 현재 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라모스 씨는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을 헐떡거리며 거의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실려 왔지만, 이튿날 오전 숨졌다. 이미 병원 복도에는 2구의 시신이 방치돼 있었으며, 라모스 씨가 더해졌다.
한 달이 지났지만 아들 아투로 씨는 아버지의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 병원에서 라모스 씨의 시신을 분실했기 때문이다.
이후 나흘 연속 시신 안치소에서 250구의 시신을 살펴봤지만 끝내 아버지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앞서 지난 1월 생일 파티를 열었던 라모스 씨는 3월 말 호흡곤란이 오자 아들의 부축을 받아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병상이 부족해 쫓겨나다시피 했고 11개의 병원을 헤매다 겨우 입원했다.
또 다른 한 여성은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며 위중한 상태였던 어머니를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간호사로부터 “여기 있으면 죽는다. 돈이 있으면 차라리 집으로 데려가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실제 이 여성은 집에서 개인 간호사를 불렀고, 어머니도 살아날 수 있었다.
(사진=연합뉴스)에콰도르의 제2대 도시로, 미국 시카고 크기의 과야킬에서 벌어진 라모스 씨의 사망과 시신 분실이 지난 3월 코로나19 발생 후 수 주 만에 붕괴한 이곳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CNN이 전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53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를 기준으로 에콰도르의 감염자는 3만298명에 사망자는 1654명이다.
정부 역시 사망자를 집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제 사망자는 공식 발표보다 많을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비닐로 싼 시신이 박스로만 덮인 채 거리 한복판에 방치된 장면이 포착되면서 에콰도르가 충격에 빠졌다. 이미 시신 안치소와 장례식장이 포화상태여서 감염 우려와 악취 때문에 밖에 내놓은 것이다.
에콰도르의 한 의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중환자가 병원에 와서 죽으면, 다음 중환자를 치료하고, 그리고 또 죽어 나가고…”라며 “한번은 환자실에서 시신 안치소까지 10여구의 시신이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4월 첫 주에 들어서면서 사망자가 정점을 찍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CNN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