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을 저지르고 재입북한 탈북민에 대해 정부가 북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방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남북간 범죄인 인도조약 없어
범죄인 인도청구는 기본적으로 관련 조약을 맺은 국가 간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남북은 범죄인도조약을 맺은 일이 없고, 그런 합의를 한 적도 없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정부가 범죄인 인도 차원에서 성폭행을 저지르고 달아난 탈북민의 인도를 북한에 요구할 수는 없다.
남북의 사법공조와 관련해 아주 초보적인 형태의 남북 합의가 있기는 하다. 예를 들면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우리 국민이 공단 출입이나 체류 과정에서 법률적인 문제를 일으킬 경우 국내로 추방해 국내법에 따른 처벌을 받도록 한 합의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 개성공단 내 우리 국민의 안전에 국한된 것이지 남북의 사법공조로 확대할 수 있는 합의는 아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정치적 판단에 의한 ‘송환’ 요구 가능하지만 범죄인 인도와는 다른 맥락
물론 남북이 특정 인사를 자국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할 수는 있다. 이 때는 통상적으로 송환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과거 김영삼 정부가 북한의 요구에 따라 비전향장기수들을 송환했고, 북한도 남북어부 등을 여러 차례 송환한 바 있다.
좀 더 엄격하게 표현하자면 정부는 비전향장기수에 대해서 방북허가를 내 주는 방식으로 송환을 허용했고, 북한은 납북어부 등에 대해 추방의 형식으로 송환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남북의 이런 조치는 결국 정치적 판단과 정세 등에 따라 송환 결정을 내린 것이지 인도조약 등 남북의 사법공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탈북민 김모씨의 신병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로 지난해 11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어선 탈북자를 정부가 북한으로 돌려보낸 사례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탈북민 김씨는 보기에 따라서는 남북 모두의 국민일 수 있고, 반면 어선 탈북자는 우리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북한 국민상태였다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두 사례를 동일선상에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탈북민 김씨가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의 28일 모습.(사진=이한형 기자)통일부 당국자는 “국방부가 현재 조사 중에 있고 사실관계 확인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탈북민의 신병 인도 요구를 하겠다, 말겠다고 입장을 말 할 단계가 아니”라면서, “다만 일반적인 수준에서 볼 때 남북 간에 송환문제에 대한 합의가 없기 때문에 이 사안 하나만 갖고 정부가 당장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앞으로 남북관계가 발전되는 과정에서 북측과 협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가 성폭행을 저지르고 달아난 탈북민에 대해 범죄인 인도요청을 해야 된다”며, “북한도 정상 국가라면 이 범죄인 인도에 응해야 된다”는 의견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