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향후 삼성의 지배구조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난 2014년 이 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을 이끌어왔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이재용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앞에는 재판, 상속, 법 개정 등 난관이 수두룩하다.
당장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및 국정농단 관련 재판이 시작돼 또다시 ‘사법리스크’가 현실이 됐다.
일단 지배구조와 관련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법 위반 여부를 가릴 재판에 이목이 쏠린다.
검찰은 당시 합병이 삼성물산 주식은 없고 제일모직 지분 23.2%를 가지고 있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을 소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2018년 4월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하면서 근거중 하나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이 부회장이 가장 많이 갖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전개될 재판의 결과가 합병에 따른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주목해야하는 곳은 삼성생명 지분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51%를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20.76%)로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해왔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그런데 이 부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의 지분은 0.06%에 불과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승계의 ‘키(Key)’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또다른 변수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총자산 3% 이내로만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3%룰’에 저촉된다.
삼성생명이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 8.5%중 상당부분을 팔아야한다는 얘기인데,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상속받는다고해도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고리에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