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삼성전자의 20조 원에 달하는 미국 투자가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일부 외신에서 삼성전자의 최종 투자처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로 결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삼성전자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인 가운데, 앞서 외신은 유력한 공장 후보지로 거론되던 애리조나주의 부지 선정 작업이 표류하고 있다며,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기우는 분위기라고 전한 바 있다.
19일 진행된 미 애리조나주 토지국의 굿이어와 퀸크리크 내 2차 부지 경매가 지난달에 이어 다시 한 번 유찰됨에 따라, 삼성전자의 애리조나 투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미 지난 1월부터 진행된 삼성전자와 텍사스 주정부의 세부 협상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시에 20년간 세금 8억 547만달러(약 9122억 원) 감면을 요청하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고 텍사스 주정부와 세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 삼성전자 제공삼성전자는 공사 과정에서 1만 9873명, 완공 뒤에는 직접고용 1800명, 간접고용 1173명 등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공장 가동 시 향후 20년간 86억달러(약 9조 7395억 원)에 달하는 경제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오스틴에 5㎚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최첨단으로 꼽히는 5nm 이하 반도체 위탁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뿐으로, TSMC는 이미 최대 120억달러(약 13조 5900억 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5nm 공정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오스틴에 미세공정이 가능한 생산라인을 증설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아왔다. 특히 5nm 첨단 공정을 구축함으로써, 애플과 퀄컴·아마존·테슬라 등 미국 내 대형 팹리스 기업들의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편, 170억달러 투자는 삼성의 단일 투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1996년 D램·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으로 지어진 기존 오스틴공장에 지난 25년간 투자된 총 액수가 170억달러 가량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중국 시안1공장에 108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