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축구장 밑에서 발견된 1세기 로마 시대 집단 매장지: “진정한 전쟁터“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한 축구장 아래에서 1세기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거대한 집단 매장지가 발견되어 고고학계를 놀라게 했다. 작년 10월, 비엔나 시머링 지역의 건설 현장에서 발견된 이 유적은 지난 4월 2일 비엔나 박물관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 매장지에서는 로마 병사와 게르만족 전사로 추정되는 129구의 유골이 발견되었으며, 흩어진 뼈들을 고려하면 최대 150명에 달하는 희생자들의 유해가 발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부 유럽에서 발견된 동시대 유적 중 가장 큰 규모이며, 비엔나에서 로마 병사와 게르만족의 집단 매장지가 발견된 최초의 사례이다.

전문가들은 로마 병사들의 유해가 발견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로마 시대에는 3세기까지 병사들을 화장하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발굴을 이끈 미카엘라 빈더는 “로마 전쟁과 관련된 맥락에서 이와 유사한 전투원 유골 발견 사례는 없다”며, “독일에는 무기가 발견된 거대한 전장이 있지만, 사망자를 발견하는 것은 로마 역사 전체에서 유일무이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발견된 유골들은 모두 남성이었으며,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급하게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뼈 분석 결과, 머리, 골반, 몸통 등 다양한 부위에서 외상이 확인되었다. 비엔나 고고학자인 크리스티나 아들러-뵐플은 “칼, 창에 의한 상처뿐만 아니라 둔기에 의한 외상도 발견되어 처형이 아닌 진정한 전쟁터였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고고학자들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과 갑옷, 투구의 볼 가리개 등 출토된 유물을 통해 이 매장지가 서기 80년에서 130년 사이의 것으로 추정했다. 아들러-뵐플은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은 이 유적이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다뉴브 강 원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한 명의 희생자가 로마 전사로 확인되었으며, 과학자들은 뼈에 대한 추가 분석을 통해 희생자들의 신원과 전투 양상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밝혀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