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LG에너지솔루션의 특정 배터리가 장착된 코나EV 등 전기차 3종에 대해 대규모 리콜(결함시정) 조치에 나섰다.
‘배터리 교체’에 초점이 맞춰진 리콜은 비용을 놓고 커다란 논란이 일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셀 제조불량’을 적시하며, 리콜 사유를 ‘배터리 불량’으로 밝힌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원인 규명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상반된 입장을 밝히면서다. 현대차 역시 “배터리 교체의 분담 비율을 LG 측과 논의하겠다”고 해 비용을 LG 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장 다음달 29일부터 리콜이 실시되지만, 사고의 원인과 책임의 소재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면서 최악의 경우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간 소송전(戰)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국토부는 24일 “현대차에서 제작 판매한 코나 전기차 등 3개 차종 2만6699대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자발적 리콜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은 코나 전기차 2만5083대, 아이오닉 전기차 1314대, 전기버스 일렉시티 302대 등 총 2만6699대다.
리콜 대상은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난징공장에서 2017년9월~2019년7월 생산된 고전압 배터리 사용 차량들이다.
국토부는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내부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되어 3월 29일부터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을 모두 교체하는 시정조치(리콜)에 들어간다”고 적시했다.
현대차는 별도의 발표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된 해외 수출물량을 포함한 리콜 규모를 공개했다. 코나 EV 5만597대, 아이오닉 EV 4402대, 일렉시티 3대 등 5만5002대가 추가돼 글로벌 기준 리콜 규모는 8만1701대에 달한다.
현대 측은 리콜에 소요되는 배터리 교체금액을 약 1조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금액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대차가 전기차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충전중 화재가 발생한 코나 전기차. 연합뉴스문제는 일단 1조원으로 제시된 품질비용의 지급 주체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현대 측은 “다음주까지 분담비율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협상을 진행해 분담비율을 정해야 하겠지만, 그 전에 사고의 원인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두 회사 간 쟁점이 생긴 이유는 국토부가 리콜 사유를 밝혔음에도 해당 문제점의 ‘화재 재현 시험’ 결과 실제로 불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증거는 세 가지이다. △배터리셀 내부 열 폭주 시험에서 발생된 화재 영상 △최근 대구 화재(지난 1월23일) 차량 중간조사 결과, 화재는 3번 팩 좌측의 배터리 셀에서 발생했고, 내부 양극(+) 탭의 일부가 화재로 소실된 것을 확인 △리콜로 수거된 고전압 배터리 분해 정밀조사결과,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 확인 등이다.
모두 배터리 셀의 불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코나 전기차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지난해 3월부터 무상수리)시 BMS 충전맵 로직 오적용을 확인했다”고 해 현대 측의 과실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은 리콜 발표 직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자발적 리콜 추가 실시와 관련해 원인 규명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배터리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에 대해선 “국토부 발표대로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LG 측은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남경(난징) 현대차 잔용 생산라인들의 양산 초기 문제로 이미 개선사항이 적용됐다”고 했다.
LG 측은 오히려 현대 측의 BMS 로직 오적용에 의한 화재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다.
두 회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분담금 비율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콜이 실제 진행될 경우 사후적인 구상권 청구 소송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