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의 직접적 원인물질로 거론되는 질산암모늄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CNN은 5일(현지시간) 중동 베테랑인 전 CIA 요원을 인용해 “폭발이 단지 질산암모늄 때문만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바에르 전 요원은 “폭발이 발생한 날의 비디오를 보면 질산암모늄이 창고에 존재했을지는 모르지만 그 폭발이 뒤따른 대규모 폭발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에르는 “폭발은 질산암모늄 같은 비료가 아닌 것을 아주 확신한다”며 “화염의 오렌지색 덩이를 보면 명백한 군사용 폭발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큰 폭발을 앞두고 많은 탄약이 터지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바에르는 “질산암모늄 창고가 무기 은닉처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지만 창고가 누구 소유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왜 폭발물질인 질산암모늄이 거기에 보관돼 있었는지가 의문이지만 폭발이 공격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알코올·담배 및 화기부서 폭발물 조사관 출신인 토니 메이도 CNN에 “질산암모늄 폭발물의 숨길 수 없는 징후가 노란 연기구름”이라며 “이번 폭발영상에서 나오는 분홍색이나 붉은구름은 질산암모늄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메이는 다만 “폭발시 색을 고려할 때, 반드시 질산암모늄이 관련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질산암모늄 이외 다른 물질들도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모니아와 질소화합물인 질산암모늄은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 빌딩에서 2톤이 사용돼 169명이 숨지고 467명이 다쳤다.
1947년 텍사스에서는 질산암모늄을 실은 배에 불이 붙어 화재로 400 여 명이 사망하고 1천 여 채의 건물이 파손돼 암모니아 형태와 관련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됐다.
당시 폭발은 2천 300톤의 질산암모늄에 의한 촉발로 확인돼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보관돼 있던 2천 750톤의 질산암모늄과 비교적 가까운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