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에 화두를 던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여야 정치권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수일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면을 행사할 수 있는 최종 권한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이를 결단하고 책임지는 것도 결국 대통령의 몫이다. 이를 의식한 듯 청와대 참모들도 발언을 극도로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법률가 출신인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사면에 대해 ‘형이 확정된 뒤에야 언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이런 소신에 큰 변함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5월 취임 2주년 대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이런 상황은 정말 가슴이 아프다. 제 전임자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가장 가슴도 아프고 부담도 크리라 생각한다”고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재판(최종선고)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 원칙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면서 “재판 확정 이전에 사면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답했다.
법률가적인 시각에서 형이 확정되기도 전에 사면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면권이 형의 확정을 전제한 개념인 만큼 문 대통령의 이같은 시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은 확정됐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오는 14일로 예정돼 이때까지는 철저히 침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이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한 것은, 14일 박 전 대통령 최종 선고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선고날을 전후로 이달 중순에 진행될 예정인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이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14일 후에도 상당 기간 숙고의 시간을 갖고 사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정치권 움직임 등을 충분히 살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낙연 대표가 쏘아올린 사면 이슈가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기 때문에 논의를 지켜보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 후에도 상당한 숙고의 시간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