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꼽혔던 싱가포르와 대만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비상이 걸렸다.
BBC는 20일 양국의 방역에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올들어 사실상 확진자가 없거나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지난주에만 싱가포르에서 248명, 대만에서 1200명이 각각 확진돼 급증세다.
양국 모두 사적인 모임 규모를 제한하고 학교 문을 닫았다.
BBC는 이 정도 수준은 세계적인 기준으로 볼 때 미미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만에서 코로나가 확산하고 있는 것은 정부는 물론 국민들마저 무사안일해진데 있다. 국립대만대 교수는 “병원에서 코로나의 흔한 증상인 발열 환자들조차 적극적인 검사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대만은 2월 중순까지 1천명 당 0.57건의 검사만 시행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싱가포르의 6.21건, 영국의 8.68건과 대조된다.
대만대 교수는 “코로나가 대만 국경을 넘어올 수 없다는 믿음에서 안일함이 비롯됐다”며 “의사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접촉자 추적도 많이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편의점 출입 시 실명제 등록 안내문. 연합뉴스대만은 특히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비행기 조종사들의 격리 요건을 최초 14일에서 5일로 완화한 후 다시 겨우 3일로 완화했을 때 문제가 불거졌다.
공항 근처 숙소에 머물고 있던 중국항공 조종사 몇 명과 관련된 집단확진이 터졌다.
집단확진 관련자들은 B117로 알려진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이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를 통해 확산한 데 이어 결국 대만의 성인업소로 번졌다.
싱가포르국립대(NUS) 교수는 “대만의 상황은 국경통제에 지나치게 중점을 두고 국내 확산 방지대책에 미흡했던 위험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대만과 사정이 다르다. 싱가포로는 확진자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항상 엄격한 조치를 했다.
친목모임은 최대 8명까지 가능하고 클럽은 개방되지 않았으며 결혼식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데는 여전히 상한선이 있다.
실내 취식이 금지된 싱가포르 식당가 모습. 연합뉴스하지만 싱가포르 역시 허점이 있었다. 인기 쇼핑센터를 자랑하던 창이공항이 최대의 코로나 집단발생지로 변했다.
확진된 다수의 공항 직원들이 남아시아 등 고위험국 여행객들을 받아들이는 구역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공항직원 중 일부는 계속해서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된 공항 내 푸드코트에서 식사하면서 코로나를 확산시켰다.
싱가포르 확진자 중 상당수가 B1617로 알려진 전염성 강한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에 접촉된 것으로 조사됐다.
싱가포르의 한 공중보건전공 대학 교수는 “싱가포르는 국경을 완전히 봉쇄할 수 있는 중국과 다르다”며 “싱가포르의 국가적 명성과 경제가 ‘무역 중심지’라는 입장과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BBC는 이들 두 나라를 공통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문제가 있는데 이는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대만 국민들은 코로나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때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았다.
현재 대만이 보유한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두려움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려는 이유 중 하나다.
2400만 명의 대만 인구 중 겨우 30만 명만 접종한 상태지만,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자 대만 국민들이 접종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싱가포르 한 쇼핑몰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연합뉴스싱가포르에서는 전체 인구의 30%가 적어도 1회 이상 접종해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연말까지 전체 인구가 접종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백신 공급이 제한돼 있다.
싱가포르의 한 공중보건전공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중국이 자체적으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데, 백신의 필요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싱가포르가 자체 제조 능력을 갖추는 쪽으로 나가면 더 이상 다른 국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나 미국에서 규제 조치를 완화하고 있는 데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들을 감안한다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