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하원 그레이스 멩(뉴욕, 민주당) 의원은 ‘이산가족 재회 법안'(Divided Families Reunification Act)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국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한국계 미국인들이 북한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남한 정부와 협의하고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의회에 보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 국무부의 대북인권 특사로 하여금 한국계 미국인들과 가족 재회 문제에 대해 협의한 뒤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의회에 보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는 170만 명의 한국계 미국인들이 살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60년 넘게 북한의 가족들과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또 매년 3천명 넘는 한국의 이산가족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며 법안 통과의 시급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만계 미국인인 멩 의원이 이산의 한을 안고 사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수호천사를 자처한 건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회기(임기 2년인 하원의 재임 기간) 때도 같은 법안을 제출했었다.
놀랍게도 이 법안은 지난해 3월 하원 본회의에서 재적 450명중 391명의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상원 통과는 불발됐다.
따라서 이번 회기 양원 통과 기대감이 어느 때 보다 높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의 한국계 유권자단체인 KAPAC(대표 최광철)이 법안 통과 분위기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한국계 하원의원 4명을 포함해 22명의 서명을 받은 이 법안 연대 서명자를 200명으로 늘리기 위해 회원들이 속한 지역구 의원들에게 촉구 서한을 발송중이다.
서한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국무부도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최광철 대표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회기 때 멩 의원이 제출한 법안 통과를 위해 KAPAC 회원들이 각 지역구 의원들을 만나 설명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전해왔다.
그는 “우리가 만난 연방의원들은 68년간 이산의 아픔을 살고 있는 미국인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북미이산가족 상봉의 의제는 북미간 회담의 어떤 의제보다 최우선되어야 할 이슈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미주한인사회의 이슈들이 미국 행정부와 주류 정치인들로부터 얼마나 경시되고 배척되어 왔는지를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도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인 바 있어서 이번 만큼은 양상이 많이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지난해 10월 29일 국내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수십 년간 북한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한 한국계 미국인을 재회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비핵화와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하며 이렇게 다짐한 것이다.
재미 한인 이산가족 숫자는 지난 2001년 미국 적십자사에 등록한 숫자만 10만 명이나 됐다.
KAPAC은 미등록된 가족까지 합치면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이후 많은 분들이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KAPAC는 지역 의원들을 상대로 이산가족 상봉 법안 통과를 촉구하면서 동시에 이들 이산가족들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북한여행 금지 행정명령도 해제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귀환한 뒤 숨진 오토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2017년 9월 1일 북한 여행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