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0대 한인 여성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시위와 관련해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한인 부모 세대가 흑인과의 연대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인 여성 조이스 강(30)은 13일(현지시간)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시작한 ‘흑인의 생명을 위한 편지'(Letters for Black Lives) 운동의 한국어 번역본을 통해 인종 차별 항의 시위에 부모 세대가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흑인 생명을 위한 편지’ 운동은 아시아계 미국 젊은이들과 캐나다 청년들이 공동으로 만든 프로젝트다.
부모와 가족에게 보내는 형식의 편지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인종 차별과 경찰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가족과 지역사회의 대화를 촉진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현재 편지는 26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조이스 강은 한국어 번역본을 작성했다.
조이스 강은 부모 세대에게 띄우는 형식의 한국어 편지에서 흑인 사망 사건 항의 시위와 관련해 “1992년 4·29 LA 사태 때 한인 사회가 겪었던 피해와 고통이 다시 떠오르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은 차별에도 불구하고 새 터전을 일궜는데 왜 흑인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며 “하지만, 흑인의 경험은 우리와 다르다. 조상은 강제로 끌려와 노예가 됐고, 불평등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에 대한 지지는 한인사회에서 흑인을 폄하, 증오하는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을 바로잡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의 침묵으로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되기 전에 이 상황에 관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겪은 부모님 세대야말로 저희 세대보다 시위대의 마음에 더 공감하실 것이라고 믿는다”며 “편견이 가득한 이 땅에서 겪은 고생을 생각하면 흑인과 연대해야 한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흑인의 생명을 위한 편지’ 운동에 동참한 조이스 강의 사연은 미국 언론의 주목도 받았다.
CNN방송은 이날 워싱턴DC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 조이스 강이 반(反) 흑인 정서를 뿌리 뽑기 위해 편지 운동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조이스 강은 인터뷰에서 “한인 부모들은 흑인과 결혼하거나 데이트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자식에게) 한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는 흑인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인 인종 차별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인 가정에서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대화가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편지 운동이 가족 간 대화를 열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