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오전(미국 시간 9일 저녁) 전화 통화를 갖고 미중 관계 및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세계 1, 2위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정상 간 전화통화는 지난 2월 춘제를 앞두고 이뤄지고 나서 7개월 만이다. 이날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비교적 긴 90분 동안 이어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양 정상의 통화는 시진핑 주석이 허리케인 에이다로 미국에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데 대해 위로를 건네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사의를 표하면서 부드럽게 시작됐다.
하지만 시 주석은 미국이 한동안 취한 중국 정책으로 미중 관계에 심각한 어려움이 초래됐다며 미·중이 잘 지낼 수 있는지 여부는 전 세계의 미래와 운명이 달린 문제라며 공세적으로 나왔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협력은 양국과 세계에 이익이 되겠지만 두 나라의 대결은 미국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미중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 적대시 정책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서로의 핵심 관심사를 존중하고 차이점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을 기반으로 기후 변화, 전염병 예방 및 통제, 경제회복, 주요 국제 문제 및 지역 문제에서 조정,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도 나타냈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산중수복의무로, 유암화명우일촌'(山重水復疑無路,柳暗花明又一村)이라는 중국의 시구를 언급하며 미국의 정책 전환을 통한 양국 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중국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이 시구는 남송 시대 시인 루여우(陸游)의 시 ‘유산서촌'(游山西村)의 일부분으루 ‘산과 물이 겹겹이 막아 길이 없나 했더니, 갑자기 버드나무가 우거지고 꽃이 만발한 마을이 있었다’는 뜻으로 어두운 현실이나 힘든 상황 뒤에는 좋은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도 일부 소개했다. 신화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잘 지내느냐가 세계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두 나라가 경쟁으로 인해 충돌할 이유가 없고,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변경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두 나라가 좀 더 솔직한 교류와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해 중점 협력 분야를 결정하고 오해와 오판, 우발적 충돌을 피하며 미중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도 “우리(미국)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문, 가치관이나 관점이 다른 영역을 포함해 광범위하고 전략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두 정상은 두 가지 문제에 모두 공개적이고 솔직하게 관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전화통화 사실을 밝혔다.
연합뉴스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과 세계의 평화, 안정, 번영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관심을 강조했다. 중국 측이 밝힌 대로 경쟁이 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양국의 책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하지만 중국 신화통신의 보도와 달리 백악관이 내놓은 전화 통화 브리핑 자료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변경할 의도가 없다고 말한 부분은 나와 있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번 통화는 코로나19 등으로 대면 정상회담이 늦어지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완전 철수한 뒤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통화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발을 빼는 작업이 일단락되고 대중국정책에 힘을 쏟기로 한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