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당시 미군포로 생체 해부실험을 폭로했던 일본 의사가 별세했다.
NHK는 15일 히가시노 토시오(東野利夫) 의사가 폐렴으로 95살에 숨졌다며 비중있게 보도했다.
히가시노는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규슈대(九州大) 의학부 실습실에서 미군포로가 살아있는 채로 해부실험 대상이 됐다가 사망한 현장을 의대 1학년생으로서 목격했다.
규슈대 교수들은 구마모토(熊本) 일대에서 격추된 미군 B29 폭격기 탑승자 8명에게 희석한 바닷물을 혈관에 주입하거나 폐를 절제하는 등 만행으로 숨지게 만들었다.
태평양전쟁이 끝나자 생체실험을 주도한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연루의사 5명에게 사형이 선고되는 등 23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규슈대는 2015년 4월 의학 역사관에 생체해부사건을 설명하는 전시물을 마련하기도 했다.
히가시노는 후쿠오카(福岡)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며 미국을 방문해 생체 해부실험을 증언하고 진상규명 촉구와 함께 전쟁의 비참함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미군포로에 대한 생체해부 사건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작가의 소설 ‘바다와 독약’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고인의 장남인 히가시노 스미히코(東野純彦) 히가시노 산부인과원장은 “아버지는 생체 해부실험의 산 증인이었고 전쟁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불어넣었다”며 “아버지가 세상에 남긴 생체해부 규탄 취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