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대형 산불이 새로 발생해 하루 만에 수천에이커의 삼림을 불태웠다고 CNN 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인 27일 저녁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나파카운티의 세인트헬레나 인근에서는 ‘글래스 화재’가 발생해 포도밭과 건축물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불길은 소방관들의 진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산책로와 언덕, 강을 건너뛰며 빠르게 확산해 14시간 만에 2천에이커(약 8㎢) 이상을 태웠다.
나파밸리의 저명한 와이너리(양조장)인 채토 보즈웰도 이 산불이 삼켜버렸다.
이 산불로 1천800여명의 주민에게 대피 명령이 떨어졌고, 약 5천명은 대피 경보·주의보를 고지받은 상황이다. 건축물 2천200여채도 산불의 위협권에 들어 있다.
대피 명령을 받은 지역에 사는 주민 잰 재킨은 “한밤중에 잠에서 깨 불길을 봤다. 우리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도망쳤다. 살아 있다는 게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8월 발생한 대형 산불 ‘LNU 번개 복합화재’ 때도 대피했다 이번에 또 대피한 주민 매걸리 오테로는 “지친다. 대피가 라이프 스타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파카운티 보안관실은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순찰차의 사이렌을 켜고 동네를 돌아다녔다고 밝혔다. 보안관실 대변인은 주민들에게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대피할 시간이다’란 모토를 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래스 화재는 28일 오전까지 1만1천에이커(약 45㎢)를 태웠지만 진화율은 0%다.
또 27일 밤 세인트헬레나 서쪽에서는 다른 산불인 ‘보이슨 화재’와 ‘셰이디 화재’가 발생했다. 셰이디 화재가 시작된 샌타로자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소방 당국은 대피한 주민 수를 밝히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300㎞가량 떨어진 섀스타카운티에서도 27일 ‘조그 화재’가 발생해 28일 오전까지 1만5천에이커(약 61㎢)를 태웠다. 이곳에도 일부 주민에게 의무 대피령이 내려졌다.
조그 화재가 시작된 지점의 남쪽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가장 많은 면적을 불태운 ‘오거스트 복합 화재’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8월 16일 낙뢰로 시작한 이 산불은 지금까지 87만8천여에이커(약 3천553㎢)를 태웠지만 진화율은 45%에 그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소방국(캘파이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 주에서는 8천100여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소방관들은 지금도 25건의 대형 산불과 싸우고 있다.
캘파이어에 따르면 본격적인 산불 시즌인 8월 15일 이후 지금까지 이 주에서는 26명이 산불로 숨지고 구조물 7천여동이 전소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이날도 로스앤젤레스(LA)와 벤투라 산맥, 샌타클래리타 밸리 등을 포함한 많은 캘리포니아 지역에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산불 위험성이 높다는 ‘적기 경보’를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