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인들…

여론조사 업체들 예측 실패해

한인들 반응들…환호와 탄성이 엇갈려

트럼프 대선 공약도 발표

앤디 김 첫 한인2세 연방상원의원 탄생 화제

향후 원화 환율 폭등 우려도 대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시카고 동포사회에는 환호와 아쉬운 탄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이 쏠리던 7개 경합주의 결과가 트럼프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서 여론조사 업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과소평가했고 ‘샤이(쑥스) 트럼프’를 집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대선 때 전체 흑인의 92%가 당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번 대선에선 젊은 흑인 남성 상당수가 샤이 트럼프로 돌아섰으며 대선이 성별 간 대결 양상이 심해지면서 과거 민주당의 충성파로 꼽히던 흑인 및 라틴계 등 유색인종 남성 상당수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펜실베니아 버틀러에서 암살 위기를 모면한 트럼프는 당선이 확정되자 “많은 사람들이 신이 나를 구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말해주었다”면서 “그 이유는 미국을 구하고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든다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전진해 나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당선에는 일론 머스크의 막판 후원이 컸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세계 1위인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원을 위해 설립한 슈퍼팩(super PAC, 정치자금 모금단체)인 ‘아메리카 팩’에

기부해 왔으며, 향후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정부효율위원회를 구성하면 트럼프는 그 일을 머스크에게 맡길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는 승리 후 머스크를 가르켜 “우리의 천재들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국경장벽 설치, 출신시민권 종료, 난민정착정책 일시 중단, 마약 카르텔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 우크라이나 전쟁종료, 상위층부터 하위층 전계층 감세,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 감소 등 대선 공약들도 밝혔다.

JD 밴스 부통령 후보도 축하 행사장에서 이번 승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컴백”이라고 말했다.

초접전 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6일 새벽에 일찌감치 확정되자 한인 동포들은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6일 오전부터 커피샵에 모이기 시작한 한인들은 교회의 교우들 혹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대선 결과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대선 결과와 더불어 한인 2세 앤디 김씨가 뉴저지주에서 연방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하는 분위기였다.

시카고한인회 최은주 회장은 대선 결과에 대해 “다시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의 역량이 대단하다. 그리고 앤디 김의 연방상원의원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연방하원의원들을 포함한 자랑스런 한인 정치인들이 미 정계에서 우리의 위상을 더 높혀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카고한인여성회 고애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한다. 민주당의 성 개방 정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며 종교상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미국의 경제를 재건하는데 있어서도 트럼프의 경험과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해리스 후보에 대해서는 “여성 대통령 후보에 대한 편견은 없으나 해리스가 너무 늦게 등단하는 바람에 충분한 능력이 발휘되지 못한 듯 하다”며 정치적 연륜이 쌓인 후 차기에는 더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울 복지관의 손지선 사무총장은 “한인 연장자 서비스에 대한 커다란 변화가 우려되긴 한다”며 “공화당에선 전통적으로 이민자 복지, 소셜 서비스에 신경을 덜 쓰므로 향후 연방 그랜트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리노이는 주지사가 민주당이라 주정부 그랜트가 대부분인 한울의 운영상 큰 영향은 없겠지만 연방에서 나오는 그랜트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향후 DACA나 전문직 비자 발급 등의 문제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스플레인에 사는 박 모씨는 “친구와 내기를 했는데 난 항상 트럼프를 지지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인물은 바로 트럼프이며 그 누구보다도 박력있게 미국의 정책을 밀어부쳐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글렌뷰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송모씨는 “민주당이 난민 이민자 문제에 대해 너무나 관대하게 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미국인들의 불만이 커졌다”며 “주민들을 위해 세금을 써야 할 정책의 프라이오티가 난민들을 보호하는데 급급해 뭔가가 뒤바뀐 느낌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윌멧에 사는 김모씨는 “이제 원화 가치가 크게 절하될지 모른다. 가뜩이나 안보 리스크 등으로 인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작동할 가능성이 커지면 원화는 이제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이모씨도 “이젠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가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국제 정세도 강달러 가능성을 키울 것 같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시카고에 있는 한인은행측도 앞으로의 환율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미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리고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대두하기 때문에 앞으로 1400원대 환율이 당분간 ‘새로운 기준(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윌링의 최모씨는 “불법이민자 문제는 트럼프가 해결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와 북한 등의 문제 그리고 동성애나 마약 등의 문제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트럼프가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전쟁 위기에 대해 스코키에 거주하는 조모씨는 “김정은과도 친하다고 하고 북한을 방문해 북핵 위기도 덜 수 있으면 좋겠다. 향후 하노이 회담 2를 기대해 본다”고 피력했다.

글렌뷰의 맥도널에 모인 한인들에게는 한국계 미국인이 미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게 화제였다. 재미동포 역사상 120여 년 만에 처음이라며 앤디 김의 당선으로 한국인의 위상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자리에 모인 한인 연장자들은 “지난 2021년 1월에 터진 의회 폭동 당시 난장판이 된 의회 건물에서 혼자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김 당선인의 모습에 감동받았다”면서 “1982년생인 이민 2세 앤디 김 당선인이 이제 어엿한 연방상원의원으로서 미국 내 코리안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번 대선과 함께 상하원 선거가 치러졌는데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4년 만에 점하게 됐다.

백악관과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서 앞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될 거라는 관측도 대두된다.

(사진-최은주 시카고한인회 회장, 고애선 여성회 회장, 손지선 한울복지관 사무총장)(트럼프 당선 축하 파티 현장 사진) <이점봉 기자>